GS칼텍스, 국내 최대 '지상 油田' 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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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C유에서 휘발유ㆍ경유 생산허동수 GS칼텍스 회장(68)은 올 들어 평균 한 달에 한 번 여수 생산현장을 찾았다. 창사 이래 최대인 2조6000억원이 투입된 제3 고도화설비 완공을 앞두고 현장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지난달 27일 여수 공장을 찾았을 때는 고도화설비 사업팀과 공장 임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향후 설비 운영전략을 논의하고 공기를 당초보다 두 달여 앞당긴 직원들을 격려했다.
2조6천억 투입…9월부터 본격 가동
고도화설비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저가 중질유인 벙커C유를 휘발유와 등 · 경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만드는 생산시설이다. 고도화설비가 업계에서 흔히 '지상 유전'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허 회장이 제3 고도화설비 투자를 결정한 것은 2007년 2월이다.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일반적인 정제과정을 거쳐 생산하는 휘발유와 경유는 공급과잉 등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로 사업성이 점차 떨어질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의 예상대로 작년 하반기 이후 원유 정제마진은 하락세를 보이며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역마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허 회장이 GS칼텍스의 미래 성장엔진으로 일찌감치 점찍은 국내 최대 지상유전이 올 하반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GS칼텍스는 22일 3번째 고도화설비인 감압잔사유 수첨탈황분해시설(VHCR)을 준공했다. 3개월 동안의 시운전을 거쳐 오는 9월부터 하루 6만배럴의 경질유를 생산할 예정이다. 61만5000㎡(18만6000여평)에 들어선 제3 고도화설비는 공사기간만 1년9개월이 걸린 대규모 프로젝트다. 축구장 80여개가 들어가는 현장 부지에는 하루 평균 4000여명,연간 350만명의 근로자가 동원됐다. 공사에 들어간 콘크리트는 총 30만㎥로 20층 높이의 33평형 아파트 40개동을 지을 수 있는 양이다. 철골 규모는 10t 트럭 5500대 분량인 5만5000t이다. 공장 전체를 휘감는 배관 길이는 서울과 부산을 2.5회 왕복할 수 있는 2000㎞에 달한다.
제3 고도화설비는 기존 고도화설비와 달리 벙커C유 이외에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인 초중질유를 원료로 휘발유와 경유를 생산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기술은 국내에선 처음이며,세계적으로도 셸 BP 등에 이어 7번째다.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 버려지던 초중질유를 값비싼 휘발유 등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돼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설비 완공으로 GS칼텍스의 고도화비율(전체 원유정제 처리능력 대비 고도화 설비 생산 비중)은 20.7%에서 28.7%로 8%포인트 높아져 에쓰오일(25.5%)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서게 됐다. 경쟁사인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비율은 각각 15.4%와 17.4%에 머물고 있다.
허 회장은 설비 준공에 맞춰 전달한 메시지를 통해 "이번 투자는 변화하는 석유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해 아시아에서 배럴당 수익성이 가장 높은 종합 에너지 회사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제3고도화설비에서 생산한 제품은 전량 해외로 수출해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