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히딩크처럼…허정무 "아직 양 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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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만의 '기적' 첫 원정 16강한국축구가 유럽 · 아프리카의 벽을 넘고 '월드컵 원정대회 첫 16강 진출' 숙원을 풀었다. 태극 전사들은 이제 16강을 넘어 8강,그리고 2002년 한 · 일월드컵 때의 '4강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기세다.
李대통령, 축전 보내 대표팀 격려
26일 밤, 우루과이와 단판 승부
한국은 23일 남아공 더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리그 3차전에서 이정수 박주영의 골에 힘입어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겼다. 한국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1승1무1패로 승점 4를 기록,같은 시간 아르헨티나에 0-2로 진 그리스(승점 3)를 따돌리고 조 2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통산 여덟 번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이 16강에 오른 것은 8년 전 한 · 일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다. 해외 원정대회에서 16강에 진출하기는 처음으로 한국축구는 월드컵 출전 56년 만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아르헨티나,그리스,나이지리아와 함께 B조에 속한 한국은 당초 16강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잘해야 조 3위이고,그렇지 않으면 조 4위로 탈락한다는 예상이 주류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47위로 아르헨티나(7위),그리스(13위),나이지리아(21위)에 비해 한 수 아래였기 때문이다. 2002년 대회에서 4강에 올랐으나 '홈 어드밴티지' 덕분이었다는 시각이 많았다. 또 박지성 이청용 박주영 기성용 이영표 등 유럽 등지에서 활약하는 '해외파'들이 10명이나 됐지만,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축구 강호들은 '그래 봤자 아시아축구'라며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B조 1차전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은 예상을 뒤엎고 유로2004 챔피언 그리스에 2-0으로 압승했다. 외신이나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1-4로 완패했지만 곧 전열을 추스르고,나이지리아를 제물로 아시아국가로는 처음으로 이번 대회 16강에 올라섰다. 허정무 감독은 "아직 양이 차지 않았다. 16강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 이후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갈 데 까지 간다. 16강부터는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더 큰 목표로 가는 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8강,4강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대표팀에 축전을 보내 "국민과 함께 기뻐하며 축하한다"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축전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태극전사들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줬다"며 "8강을 향한 도전에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6일 오후 11시 우루과이와 단판 승부로 16강전을 치른다. 역대 전적이나 조별리그 성적으로 볼 때 객관적 전력은 한국이 열세다. 그러나 한국이 수비를 더 가다듬고 집중력만 유지한다면 1966년 잉글랜드대회 때의 북한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원정대회 8강 역사를 쓸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거침없는 태극전사와 5000만명의 '대~한민국' 함성이 있기 때문이다.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