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베네수엘라의 국유화 정책

"美기업 소유 광구 11곳 국유화"
시추비용 지급 미루다 일방통보
베네수엘라의 산업 국유화 정책이 도를 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던 외국 기업의 자산을 일방적으로 국유화하면서 보복 조치를 하고 있다.

28일 AFP통신에 따르면 라파엘 라미레즈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미국 석유 회사인 헬머리치 앤드 페인(H&P)이 소유한 베네수엘라 광구 11곳을 국유화해 국영 석유기업인 PDVSA에 귀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라미레즈 장관은 "국유화에 따른 적정 가격을 지불하기 위해 H&P와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국유화 조치는 시추비용 지불을 놓고 H&P와 PDVSA가 갈등을 빚은 데서 비롯됐다. 양사는 H&P가 베네수엘라 유전을 개발하는 대가로 PDVSA가 시추비용을 지불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PDVSA는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2008년 유가 하락을 이유로 4300만달러(약 500억원)에 달하는 비용 지불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에 H&P는 "밀린 비용을 지불하라"며 지난해 1월 자사 소유 유전 11곳의 시추를 중단했다.

H&P와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1년간 시추 재개를 위한 협상을 계속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는 H&P에 유전 시추를 곧바로 재개할 것을 요구한 반면 H&P는 해당 비용을 지불할 때까지 시추 재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결국 국유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라미레즈 장관은 "석유 산업에서 외국 기업들의 보이콧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H&P뿐 아니라 다른 외국 기업들의 유전 광구도 국유화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특히 "세계적 석유 메이저 업체인 미국 셰브론의 광구 5곳도 추가로 국유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