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도 가세…'자문형 랩' 뜨거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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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우리 "고객이 원해…"'자문형 랩'이 금융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펀드에서 빠진 자금이 자문형 랩으로 몰리면서 금융계의 '신(新)시장'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사와 증권사의 전유물이던 자문형 랩 시장에 자산운용사들이 본격 뛰어든데 이어 은행들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판매에서 증권과 은행이,자문에선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며 자문형 랩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둘러 랩어카운트 판매 채비
올들어 시장규모 3배이상 급증
증권사 긴장…운용사, 압축펀드 출시
◆은행도 자문형 랩 진출 채비국민 신한 우리 등 대형 은행들은 오는 11월 개정 은행법 시행을 앞두고 랩어카운트(맞춤형 종합자산관리상품) 판매 준비에 들어갔다. 은행의 투자일임업 겸업이 가능하도록 은행법이 개정돼 은행들도 랩어카운트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랩어카운트 중에서도 최근 자금이 몰리는 자문형 랩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법이 개정된 데다 고객 자금이 자문형 랩으로 빠지고 있어 자문형 랩 사업성을 검토 중"이라며 "오는 8~9월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구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형 랩 판매를 놓고 은행과 한판 승부를 벌일 증권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A증권 관계자는 "은행 고객들은 안정적인 투자성향이어서 주식 직접투자에 가까운 자문형 랩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은행이 고객 성향에 맞는 상품을 내놓는다면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자문형 랩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자문사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한국밸류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증권 등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KTB자산운용도 이달 중 한국투자증권 등에 자문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문형랩 올 들어 3.4배 커져
금융회사들이 너도나도 자문형 랩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최근 자문형 랩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10대 증권사의 자문형 랩 잔액은 연초 5818억원에서 3월 말 7231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6월 말에는 1조9815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상반기 6조7700억원)의 상당 부분이 자문형 랩으로 흘러든 것이다.
2003년 도입 이후 시들했던 자문형 랩이 올 들어 주목을 끄는 것은 코스피지수가 11개월째 박스권(1550~1750)에서 맴돌면서 자문형 랩의 강점이 부각됐기 때문.주식형 펀드가 50개 이상의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하며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는 것과 달리,자문형 랩은 10개 안팎의 소수 종목에 압축투자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또 투자자들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인터넷으로 투자자금의 흐름을 수시로 알 수 있고,증권사에 종목 · 현금 비중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것도 펀드와 차별화된 장점으로 꼽힌다. 이정훈 미래에셋증권 강남롯데지점장은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1700선에서 제자리걸음인데 자문형 랩에선 올 들어 20~23% 수익이 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PB들은 투자자들에게 자문형 랩을 추천할 수밖에 없고,직접 투자하던 투자자들도 대부분 자문형 랩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펀드도 자문형 랩 따라하기
전문가들은 자문형 랩 시장이 당분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문형 랩의 가입금액(통상 최저 5000만원)이 갈수록 낮아지고 은행마저 판매를 시작하면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금융 상품에도 사이클이 있는데 펀드가 2005년부터 4년간 붐을 일으켰듯이 자문형 랩의 붐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겨냥해 운용사들은 자문형 랩의 '압축투자' 전략을 모방한 펀드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산은자산운용은 이달 중 종목 20개에 집중 투자하는 '산은스타20펀드'(가칭)를 공모와 사모 방식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투신운용은 지난달 리서치센터에서 추천하는 전략포트폴리오 40여개 종목에 투자하는 '한국투자리서치포트폴리오' 펀드 판매를 승인받았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자문형 랩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임에 따라 금융감독원,대형 증권사,은행,투자자문사 등과 TF팀을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서보미/박민제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