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ㆍOCIㆍ웅진에너지, 태양광 설비 증설 '러시'

시장 확대 기대감 커져 KCC 등 신규 진출도 잇달아
몸집 불려 글로벌시장 공략…과당경쟁ㆍ공급과잉 우려도
국내 산업계에서 증설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태양광 사업이다. 관련 업체들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를 목표로 생산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투자계획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폴리실리콘 분야의 OCI,잉곳 · 웨이퍼 제조업체인 웅진에너지와 오성엘에스티 등이 대규모 증설을 진행 중이다. KCC나 LG전자,SKC솔믹스처럼 올 들어 태양광 사업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지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증설 비용 하락,투자 본격화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던 국내 기업들이 증설 비용이 낮아지는 등 주변 여건이 개선되자 서둘러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OCI는 지난달 15일 폴리실리콘 생산규모를 연 5000t 늘리는데 22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 1만t 규모의 설비를 짓는데 약 1조원이 든 것에 비하면 2년 새 t당 투자비용은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태양광 사업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천홍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008년 ㎏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최근 반토막 수준인 50달러대로 떨어졌다"며 "이에 따라 중국의 태양전지 업체들의 제품 공급 가격이 낮아지는 선순환 효과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몸집 불려 해외시장 공략

해외 대형사들과의 경쟁을 위해 몸집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내에선 1등이지만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태양전지와 모듈의 생산 규모가 연 1GW(기가와트)는 돼야 한다"며 "2012년엔 이 수준으로 물량을 확대해 매출 2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태양전지 모듈시장에선 미국 퍼스트솔라가 1.1GW로 9%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나타냈으며,중국의 선텍(704㎿)과 잉리솔라(525㎿),독일의 큐셀(586㎿),일본의 샤프(595㎿) 등이 2위권을 형성했다. 내년엔 이들 기업도 잇달아 증설에 나서며 한 해 양산 규모가 연 800㎿를 웃도는 기업이 5곳에 달할 전망이다. 2008년 5000t 규모 설비를 갖추며 폴리실리콘 시장에 진입한 OCI는 연 1만7000t인 생산 규모를 올해 말까지 2만7000t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10월 3만2000t으로 증설을 완료하면 1위인 미국 햄록(3만6000t)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유럽태양광산업협회(EPIA)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GW였던 시장 규모는 올해는 13GW,2012년 19GW,2014년 30GW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기업들 기술력 좋아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에서 실력을 쌓은 국내 기업들은 태양광 기술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선발주자들을 따라잡고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서재홍 차장은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 등이 기존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공정과 유사해 국내 기업들이 기술을 적용하기 쉽다"며 "태양전지 수위업체들의 경우엔 광변환효율(태양광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미국 선파워 등 해외 선두권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손극상 신성홀딩스 과장은 "생산 규모면에선 아직 크게 못 미치지만 광변환효율은 선텍,큐셀과 같은 18%대 수준" 이라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분야도 OCI가 반도체에 적용되는 순도'일레븐 나인(99.999999999%)'수준으로 '식스나인(99.9999%)'에 머물고 있는 중국업체들에 크게 앞서 있다.

◆과잉경쟁에 대한 우려도태양광 사업에 대한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삼성 LG 등 대기업들도 잇따라 태양광 발전 시장에 뛰어들면서 과잉공급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태동 초기인 태양광 시장에서 '생존'이 벌써 화두가 되고 있다"는 한 석유화학 업체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인수 · 합병(M&A) 등을 통해 지금과 같은 난립구도가 깨지며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태양광 발전 시장의 확대 가능성만을 보고 증설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직계열화 등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 시장에 대응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