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를때 됐다" 은행·철강株 힘찬 비상

"저가 매력"…매수세 몰려
자산·화학주도 '뜀박질'
外人·기관 쌍끌이 수급 숨통
미국 다우지수가 10,000선을 되찾은 데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8일 1700선에 바짝 다가섰다. 특히 그동안 부진했던 은행 · 철강주가 전면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이끌어 주목된다.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가 아직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되며 투자자들이 몰렸다.

일부 중소형 자산주와 화학주도 상승세에 동참했다. 모처럼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에 나서는 등 수급에도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업종별로 순환매가 진행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이 재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기대했다. ◆은행 · 철강 · 화학주 매수세 몰려

이날 코스피지수는 22.99포인트(1.37%) 상승한 1698.64에 마감했다. 전날 뉴욕증시가 2.82% 급등했다는 소식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외국인이 454억원 순매수,이달 들어 처음 매수 우위를 보였다. 기관도 1209억원 순매수하며 사흘째 사자를 이어갔다. 프로그램은 610억원 순매수해 이날 옵션만기일은 무난히 지나갔다.

은행(2.86%) 철강(2.78%) 업종지수의 상승세가 단연 두드러졌다. 신한지주(4.82%) KB금융(4.73%) 우리금융(3.20%) 등이 모처럼 큰 폭으로 올랐다. 전날 미 금융주들이 일제히 상승한 영향도 컸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2분기 실적은 크게 기대할 수준은 아니지만 3분기부터 이익 모멘텀이 살아날 것으로 보여 현재 주가가 매력적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9개 은행의 2분기 순익 합계는 당초 예상했던 2조6000억원보다 적은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며 "기업 구조조정으로 충당금이 늘었고 삼성생명 매각이익이 지연이자의 법정 분쟁으로 절반만 2분기 실적으로 잡힌 탓"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그러나 "대출 증가와 순이자마진 안정으로 3분기 순익은 2조8000억원까지 늘 것으로 기대돼 이익 모멘텀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며 "은행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7배까지 떨어진 상황이어서 은행주 비중을 확대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포스코(3.11%) 세아베스틸(4.53%) 풍산(4.38%) 등 철강주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오는 13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포스코는 이익이 예상치를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몰렸다. 이 밖에 호남석유(5.12%) 한화케미칼(4.86%) 등 화학주도 대만 석유화학업체 포모사의 폭발사고로 반사이익이 예상된다는 분석에 강세를 보였다. ◆중소형 자산주도 각광


평소에 주목받지 못했던 중소형 자산주들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접착제 제조업체 오공은 이날도 6.63% 급등했다. 그랜드백화점이 8.74% 뛰어올랐고 애경유화도 사흘째 상승하며 최근 1개월 사이 주가가 30%나 올랐다. 모두 시가총액에 비해 보유 자산이 많은 자산주들이다.

시총이 1500억원인 애경유화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600억원대의 부동산을 비롯해 보유 자산이 4252억원에 달한다.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20% 이상 상승한 벽산 하이스틸 우진세렉스 유니온 등도 알짜 자산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도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주도주가 뚜렷하지 않은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자 일부 중소형 자산주로 자금이 몰리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자산가치 외에 특별한 호재는 없으므로 수급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소외됐던 업종들이 관심을 끌 것이란 전망이다.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규제 완화로 미 금융사들의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며 "당분간 금융주와 철강 기계 등 산업재 업종이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박해영/강현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