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지급유예' 선언] '재정자립도 67%' 중앙정부 교부금조차 안받던 부자市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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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상태 어떻길래
"판교에 쓸 돈 끌어다 방만운용, 돌려막기하다 흑자부도 난셈"
올해 예산 23% 줄여 초긴축
경기도 성남시가 12일 채무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것은 초호화 청사 건립 등 방만 경영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정자립도 등 전반적인 재정 상태는 나쁘지 않지만 신청사 건립 등 일시에 많은 사업을 벌이면서 단기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재정 상태 양호한 편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성남시의 재정 상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재정자립도만 보더라도 2008년 74%로 전국 최상위권이었다. 올해의 경우 67.4%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치(52.2%)보다 훨씬 높고 시(市) 단위 지자체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성남시는 중앙정부의 교부금(보통 교부세)조차 받지 않는 부자동네로 꼽혀 왔다. 올해만 해도 정부로부터 받은 교부세는 37억원에 불과하다. 2004년 사회복지 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하면서 정부가 보조금 형태로 지급한 돈(분권교부세)이다.
다만 지방채 잔액은 작년 말 현재 140억원으로 비교적 많은 편에 속한다. 올해의 경우 성남시가 시의회 심의를 거쳐 발행 가능한 지방채 한도는 465억원이다. 이는 일반예산의 5% 수준으로 다른 지자체 평균(10%)보다 낮은 편이다. 이를 초과한 금액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채권 발행이 가능하다. 지방 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정부가 안전장치를 채워 놓은 셈이다. ◆신청사 짓는 데 3200억원
문제는 단기적으로 너무 많은 돈을 쓰다 보니 재정 상태에 불일치(미스매치)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목한 신청사 건립 비용이 대표적이다. 이 시장은 이날 "(전임 집행부가) 판교특별회계에서 돈을 끌어다 공원 조성,주거환경정비사업 등 급하지 않은 일반회계 예산으로 쓰는 등 무리한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세입이 줄면 재정 긴축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데 오히려 일반회계 부족분을 판교특별회계에서 전입해 사용하다 재정 파탄을 맞았다는 얘기다. 빚을 얻어다 빚을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다 자금난에 봉착한 셈이다. 이 시장이 이날 "흑자부도"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문제의 성남시 신청사는 성남시 여수동 국민임대주택 단지 주변 7만4452㎡ 대지 위에 지하 2층,지상 9층 규모로 지어져 지난해 말 개관했다. 건축비만 1610억원을 쏟아부었고 부지 매입비까지 합치면 3222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건축비만 해도 2005년 이후 신축된 18개 지자체 신청사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5일 입법예고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의 기준치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성남시청의 경우 시인구는 94만명이지만 행안부가 제시한 기준(2만1968㎡)의 3배를 넘는다.
◆이미 예견됐던 일
성남시의 재정 파탄은 이미 지난해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지난해 성남시가 시의회에 요청한 올해 수정예산안이 전년보다 대폭 축소되면서 재정 균형이 결정적으로 깨졌다. 이 때문에 4518억원 규모의 올해 신규 사업 예산이 3984억원 삭감돼 공영주차장,어린이공원 재정비 사업 등이 전면 보류됐다. 실제 올해 예산도 크게 줄었다. 올해 성남시 예산은 1조757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354억원(23%)이나 감소했다. 더욱이 올해 세입 전망마저 불투명한 실정이다. 그나마 상반기에는 2400억원의 시세(市稅)가 걷혀 목표치(2369억원)를 약간 웃돌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돼 연말까지는 취득 · 등록세 등 지방세 수입이 줄어들 우려가 커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민선 5기 지방정부가 출범했지만 새로운 사업을 할 만한 여력이 별로 없는 셈이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