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리스크' 높은 회사채 오히려 인기

부도 위험 낮고 금리 높아 '매력'
현대엘리베이터 1200억으로 늘려
대림I&S·아시아나항공도 인기
'계열사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가 개인투자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부도가 날 가능성은 낮은 반면 발행금리가 상승해 투자 매력이 커진 때문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총 800억원의 회사채(2~3년물)를 발행할 예정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발행 규모를 1.5배인 1200억원으로 늘렸다. 지난주 태핑(수요조사)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수요가 폭발적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A등급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달 첫 수요조사 때만 해도 3년물 발행금리가 대략 연 5.6%로 정해져 개인의 수요가 미미했다. 그러나 이달 초 현대그룹이 주 채권은행과의 재무개선 약정을 거부한 뒤 '계열사 리스크'를 짊어지게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3년물 발행금리가 신용 등급이 같은 다른 기업의 회사채 유통수익률보다 112bp(1.12%포인트) 높아진 연 6.30%로 책정되자 개인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발행금리가 시장 유통수익률보다 높다는 것은 리스크를 감안해 그만큼 채권 값을 낮춰 발행한다는 의미다. 주관사인 현대증권 관계자는 "각 증권사 지점에서 요청이 많아 당초 발행 계획보다 400억원 늘렸는데도 수요를 다 충족시키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오는 28일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대림I&S도 건설업종 계열사의 리스크가 반영돼 3년물 발행금리가 유통수익률보다 75bp 높은 연 6.20%로 결정됐다. 이에 대림I&S는 500억원이던 발행 규모를 600억원으로 늘려잡았다. 실제 증권사의 채권판매 창구에는 계열사 리스크 탓에 발행금리가 시장수익률보다 100bp(1%포인트) 이상 높게 책정된 회사채가 인기다. 동부제철(BBB급)은 지난해 10월 동부하이텍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이후 2년물 발행금리가 유통수익률보다 103bp 높은 연 9.2%까지 올라갔다. 올 들어 네 차례에 걸쳐 16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BBB급)도 1년물이 연 7.9%로 발행된 이후 '사자'가 몰리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적어도 연 6%대 이상 고금리 채권을 원하는데 이를 만족시키는 회사채는 건설사밖에 없어 계열사 리스크 탓에 발행금리가 높아진 반면 인지도는 높은 회사채의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