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뭐길래…왕관을 그렇게 탐내나

아랍연극 '왕은…' 국내 첫 무대
"권력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정서를 담았어요. 아랍 연극이라는 낯섦은 잠깐이고 곧 새로운 매력에 빠질 겁니다. "

아르코예술극장 예술감독을 지낸 연극연출가 최용훈씨(47 · 극단 작은신화 대표 · 사진)는 9월3일부터 공연하는 아랍극 '왕은 왕이다'(서울시극단)의 연출을 맡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시리아 극작가 시아달라 완누스(1941~1997년)의 대표작 '왕은 왕이다'는 한국 무대에 공식적으로 오르는 최초의 아랍 연극.1977년 발표된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 연극을 공부한 작가가 아랍 전통설화 '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의 152일째 밤 이야기를 유럽의 정치 풍자극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당시 유럽에서 인기를 끌던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영향을 받아 서사극과 민중 계몽주의 요소를 담았다.

수백명의 후궁을 거느리고도 무료함을 참지 못하던 왕은 신하들과 세상을 조롱할 놀이를 생각해 내고 재상과 함께 주정뱅이 아부잇자를 찾아간다. 파산한 후 술로 세월을 보내는 아부잇자는 스스로 왕의 운명과 용모를 가졌다고 착각하며 환상 속에 사는 인물.왕은 술과 약을 먹여 아부잇자를 자신의 침실로 데려온다. 그러나 왕의 침실에서 눈을 뜬 아부잇자는 진짜 왕보다 더 위엄 있는 목소리로 신하들을 호령하기 시작한다.

원래 '천일야화'에선 왕궁에 오게 된 아부 하산이 궁중 생활에 실망한 후 돌아가지만 희곡에서는 결말이 달라졌다. 최씨는 "권력과 사회계층의 고착화 등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이라며 "희곡에서는 '신의 가호가 있기를' 등의 대사를 제외하면 아랍 색채가 많지 않은데 무대에선 이 부분을 더욱 도드라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우들과 함께 번역가 구미란씨(명지대 강사)로부터 아랍인들의 인사법과 행동 양식 등에 관한 특강을 두 번이나 들었다. 왕을 찬양하는 합창단원 중에는 밸리댄스를 잘 추는 배우도 포함시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계획이다.

그는 "기본 바탕이 코미디인 만큼 아랍의 문화와 시대 상황을 재미있게 전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또 "'나에게 왕관과 가운을 주시오.당신을 왕으로 만들어 드리리다'라는 대사는 군주국가의 권력이 '사람'이 아니라 '왕관'에서 나온다는 것을 일깨우고 '꿈꾸는 것은 자유'라는 대사는 당시 변화를 갈구하던 아랍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9월3~19일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20차례 공연된다. 2만~3만원.1544-1555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