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끼는 박근혜…李대통령과 회동 앞두고 '침묵모드'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 처리 이후 활발한 정치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침묵모드'가 길어지고 있다.

친박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의 대권 일정 등을 감안해 지방선거 이후에는 현실정치에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실제로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박 전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행보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최근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때도 기자들의 각종 질문에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이러한 '침묵모드'가 현재 박 전 대표가 처한 정치적 상황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7 · 28 재 · 보선에서 한나라당이 깜짝 승리하면서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안상수 체제가 더욱 힘을 받게 되면서 비주류인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의 당내 발언권은 더 줄어들게 됐다.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도 박 전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장 계파 갈등을 야기시킬 만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론 이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의 결집력은 강화될 게 분명하다. 또 지난 전당대회에서 보인 친박 진영 후보들의 부진도 박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나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계파전으로 치러진 전대에서 친박후보 4명의 지지율은 다 합해도 30%가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친이계가 뭉친다면 차기 대선후보가 되기 위한 당내 경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양자회동도 박 전 대표의 침묵을 길게 하는 한 요인이다.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말을 아끼고 있다는 것이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