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산업지도 바뀐다] 한국철강‥철근ㆍ특수강 53년 외길…태양광사업 '신성장 동력' 확보

원전용 철근 국내 첫 개발
특수강 제품 日ㆍ유럽 등서 성가
박막형 태양전지 모듈 양산
"3년내 흑자실현" 자신
경남 창원시 신촌동에 위치한 한국철강의 단조공장.달궈진 대형 철강소재를 두드리고 형상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1500도 정도의 전기로에서 고철을 녹여 4t에서 150t까지 나가는 다양한 형태의 인고트(강괴)를 만들어 이곳에서 다시 가열해 1만t 프레스로 열처리 가공 후 원하는 형태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바로 옆 철근을 만드는 압연공장에는 제강공장에서 넘어온 빌레트가 다시 가열돼 마치 국수가락처럼 뽑아져 나온다. 800~900도인 빨간 철근이 냉각대에서 100m 길이로 절단된 뒤 쉴 새 없이 통로를 따라 굉음을 내며 물흐르듯 움직인다. 작업장 입구에는 대형 트럭들이 제품을 실어내느라 직원과 기사는 쉴틈이 없을 정도로 공장이 바쁘게 돌아간다. 강풍구 한국철강 영업부장은 "한국철강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주력 제품들"이라며 "태양광 신사업과 함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회사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한다.

창원에 본사를 둔 한국철강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업종은 철근사업.특수강 개발로 사업을 확장한 뒤 2008년 철강회사로는 드물게 태양광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미래의 신성장 동력원을 찾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1100억원을 투자했다. 3년 안에 흑자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조직도 크게 철근과 단조 등을 생산하는 철강사업부와 태양광 셀,모듈을 개발생산하는 에너지 사업부를 가동하고 있다.

한국철강은 철강 분야에선 수입대체 효과를 올리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120t 직류 전기로와 압연설비에서 생산되는 철근은 빌딩과 아파트,주택 등 건축의 중추적 자재로 활용된다. 연 120만t을 생산 중이다. 특히 국내 업계 최초로 1983년 9월 원자력 발전소용 철근을 개발했다. 최근 미래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 고부가 가치를 내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부품에 들어가는 소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1998년 12월에는 LNG기기 공사용 초저온 철근을 개발하기도 했다. 첨단 압연기술을 개발하는 등 국내 철근생산기술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제품 고급화와 수입대체 품목 개발을 이끌었다. 특수강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단강(70t 특수강전기로) 설비와 신규단조(1만t 프레스) 등 최첨단 설비투자를 마쳤다. 이 덕택에 조선과 일반산업기계,금형공구강,발전설비에 사용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일본과 대만,호주,유럽 등으로 수출된다.

한국철강의 지난해 성적표는 매출 9200억원에 당기순이익 460억원.1990년 매출 2882억원 당기순이익 171억원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부채비율도 1990년 121%에서 올해 37%로 크게 낮춰 회사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이뤄냈다.

착실한 성장을 이룬 회사는 2008년 9월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지주회사인 KISCO홀딩스와 제조회사인 한국철강으로 분할했다. 같은해 3월에는 충북 증평단지에 국내 최초로 박막형 태양전지 1차공장을 준공해 생산에 들어갔다. 한국철강은 53년간 철강 분야를 걸어온 한국 철강업계의 산증인이다. 1957년 설립돼 1967년 마산공장을 준공하고,조업을 시작했다. 1972년 동국제강 그룹에 편입됐다. 1986년에는 창원의 동국중기공업을 인수하면서 사세를 더욱 확장시켰다. 2001년 1월 동국제강그룹 계열에서 완전 분리한 한국철강은 2004년 4월 현재의 창원시 신촌동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회사는 본사 이전을 전후해 충남 당진 환영철강공업,창원 영흥철강,함안 대흥산업,중국 영흥 강사승유한공사 등 철강제조 계열사들을 차례로 인수,글로벌 기업의 입지를 다졌다.

한국철강은 최근 태양광 사업에 본격 나섰다. 2006년 신성장 동력원으로 이 사업을 선택한 한국철강은 카이스트와 산학협력으로 연구개발 용역을 체결했다. 2008년부터 순수 국내기술로 박막형 태양전지와 모듈 양산을 시작했다. 이 모듈은 2009년 3월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로부터 국내 1호 인증을 획득해 국내 표준을 만드는 등 녹색산업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2009년 8월에는 유럽 TUV 인증,9월 미국 UL 인증 등 해외인증을 받았다.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향후 5년간 1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SPEC사와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김만열 부회장은 "철근과 특수강,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회사로 육성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