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값 '이상기류'…하룻밤새 8% 폭등

러시아 가뭄·캐나다 폭우 여파
지난달 상승률 50년來 최고
빵·과자값 연쇄 상승 우려
국제 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러시아의 극심한 가뭄과 캐나다의 폭우 등 주요 밀 생산국에서 이상기후로 작황 부진이 예상되는 탓이다. 생산량 감소 전망에 투기자금까지 몰려들고 있다. 밀 가격 상승은 빵과 비스킷 등 관련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흑해연안 밀 수출국 생산 급감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9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2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부셸당 7.5% 상승한 7.11달러까지 치솟았다. 22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달 밀 선물 가격은 42% 올랐다. CBOT에서 거래된 밀 선물 가격의 한 달 상승률로는 1959년 이래 최고치다. 밀은 이날 유럽 시장에서도 8% 급등한 t당 211유로에 거래됐다. 역시 근 2년 만에 최고치다. '호비스' 브랜드의 빵을 만드는 영국 식품업체 '프리미어 푸즈'의 밀 구매담당책임자는 "1972~1973년 밀값 폭등 이래 가장 빠른 속도의 오름세"라며 "식품업체들이 50%에 가까운 밀 가격 상승을 고스란히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밀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100년 만의 무더위와 가뭄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흑해연안 국가들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3개국은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전 세계 3~5위 밀 수출국이며 특히 최대 밀 수입지역으로 꼽히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주요 공급국이다. 밀 거래인과 애널리스트들은 2010~2011 곡물연도(2010년 9월~2011년 8월)에 러시아 밀 생산량이 전년(6170만t)보다 27% 감소한 4500만~5000만t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5년 만의 최저 수준이며 러시아 연간 소비량(4700만t)에도 못 미친다. 우크라이나와 카지흐스탄의 생산량도 마찬가지로 감소할 전망이다.

식품업계는 이들 3개국이 자국 내 밀 가격 안정을 위해 밀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할까 걱정하고 있다. 러시아는 2007~2008년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곡물 수출을 통제한 바 있다. ◆2년 전 식량위기 기억 되살려

캐나다의 밀 생산량도 급감할 전망이다. 지난 6월 폭우로 인해 파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부 캐나다 농부들의 판매대행사인 캐나다밀위원회는 최근 2010~2011년도 생산량을 전년보다 36% 줄어든 1850만t으로 내다봤다. 기상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상고온과 가뭄이 적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밀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FT는 최근의 밀 가격 급등이 1972~1973년 옛 소련의 사재기로 인한 밀 가격 폭등과 2007~2008년 글로벌 식량위기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1970년대 초 옛 소련발(發) 곡물파동이나 전 세계가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었던 2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소비 증가세가 훨씬 약해진 데다 최근 2년간 풍작으로 재고도 늘었기 때문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