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업소 이렇게 달라졌어요] (3) "업종 전환하길 잘했죠…돈 버는 재미에 피곤함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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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여동 사바사바치킨점
생활용품점에서 치킨점 변신…월드컵 특수에 단골 빨리 확보
사바사바치킨의 서울 거여역점 점주인 김택규 · 김혜연씨 부부의 표정이 달라졌다. 지난 5월 초 처음 만났을 때 초췌하고 수심 가득한 얼굴이 아니었다. 몸은 피곤해도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었다.
"올 5월 말까지 1년 동안은 43년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장사가 안 돼 고민하다가 업종 전환을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 김택규씨는 "한경의 자영업 멘토링을 받고 창업 아이템을 성공적으로 선택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8호선 거여역 2번 출구 앞 1층 상가에 있는 치킨점은 두 달 전인 6월 초만 해도 생활용품 도 · 소매점을 하던 점포다. 김씨는 1999년에 보증금 6000만원,월 200만원에 계약을 한 뒤 같은 자리에서 10년 넘게 생활용품을 팔아왔다.
동네슈퍼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이쑤시개부터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밴드,전자제품 전문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소형 선풍기,양말과 각종 플라스틱 용기까지 5000여종의 제품을 취급했다. 품질 대비 가격이 싸다는 평을 들어 개업 초기 월 매출이 6000만원을 넘기도 했다. 주위에 경쟁점이 없고 외환위기 직후여서 저렴한 제품을 찾는 트렌드도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다 2년 전부터 매출이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올 들어 월평균 매출이 150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적자가 이어졌다. 김씨는 업종 전환을 결심했지만 다른 것은 해본 적이 없어 고민만 거듭했다. 치킨점과 편의점을 놓고 망설이던 김씨는 한경 자영업지원단 컨설턴트인 양혜숙 여성창업대학원장을 만나면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양 원장은 점포 인근 상권을 분석한 뒤 치킨점을 권유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주변에 경쟁할 만한 치킨점이 한 곳밖에 없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경쟁점은 바비큐 치킨점이어서 프라이드 치킨을 주력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추천했다. 김씨는 양 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동네 상권에 맞는 중가대의 치킨 브랜드를 선택했다.
김씨는 점포 전환을 위해 1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금융권에서 융자를 받은 뒤 점포 개조공사를 서둘러 6월 초 치킨점을 오픈했다. 월드컵 특수를 최대한 활용해 개점 초기 단골을 늘리자는 양 원장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김씨와 양 원장의 선택은 적중했다.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린 6월12일에는 하루 매출이 300만원에 육박했다. 휴가철인 이달에도 하루 평균 12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식자재비와 운영비 등을 빼면 한 달에 1000만원 가까이 남지만 빚이 많아 금융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외식업을 처음 하는 김씨 부부가 짧은 기간에 자리를 잡은 것은 10년 이상 영업하면서 쌓아온 '성실함'이 동네 주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생활용품을 구매했던 단골들이 꾸준히 치킨점을 방문하고 있으며,인근 호프점을 이용하던 손님들도 사바사바치킨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김씨 부부는 개점 이후 쉬는 날 없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 원래 영업시간은 오후 2시부터 새벽 2시까지지만 손님이 있으면 새벽 5시까지 문을 여는 날도 많다. 신선한 맛의 치킨을 공급하기 위해 주문을 받은 뒤 직접 튀겨 고객들에게 제공해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김씨는 "맛 있는 음식을 좋은 서비스로 제공하면 외식업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영업하고 있다"며 "빨리 빚을 갚고 3년 내 집을 장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담당 컨설턴트=양혜숙 한국여성창업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