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ㆍ엔高ㆍ유로 강세 '배후 세력'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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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투자 다변화 전략 반영최근의 달러화 약세와 유로 · 엔화 강세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미국 경제와 유럽 재정위기의 안정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환시장에선 여기에 중국의 외화자산 다변화 움직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경쟁력 강화 포석' 해석도
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몇 달 새 엔화와 유로화표시 자산을 적극 사들이고 있다. 미 국채 등 달러표시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유로나 엔 등 다른 통화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중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외환보유액이 2조5000억달러에 달해 포트폴리오를 조금만 변경해도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국은 보유외환의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공개하지 않는다. 대략 중국 외환보유액의 60~70%가 달러 자산일 것이라는 게 시장의 추정이다. 따라서 외환 포트폴리오의 변화 역시 다른 나라의 발표 자료 등을 통해서만 추정이 가능하다.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첫 4개월 동안 62억달러의 엔화표시 채권을 매입했다. 이는 앞서 최대였던 2005년 같은 기간 매입 규모의 2배가 넘는다. 중국이 달러화에 페그(고정)된 중국 위안화를 통화 바스켓에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중국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장기적인 통상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해석한다. 엔화와 유로화 가치 상승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교역 상대국으로 일본과 유럽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중국 회사들도 늘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루카 실리포 아시아 · 태평양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엔화 자산 늘리기가 계속되고 다른 투자자들도 이에 동참한다면 엔고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 가치는 미국의 지난달 고용통계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발표되면서 6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85.02엔까지 치솟았다. 작년 11월 이후 최고다. 유로화도 한때 지난 4월 이후 최고인 유로당 1.333달러로 올랐다.
한편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엔화 가치 급등에 대해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