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주보다 수십배 비싼 '기형 우선주' 퇴출될듯

거래소, 우선주 제도 손질…상장폐지 기준 마련

물량 적어 툭하면 '묻지마 급등'
SG충남방적, 보통주의 406배
유예기간 둬 투자자 피해 방지
우선주 이상급등은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1999년 투기세력에 의해 우선주 주가가 이유 없이 동반 급등했던 '우선주 파동'을 시작으로 우선주 급등 현상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공정한 가격 형성'이란 시장의 기본 전제와 배치되는 심각한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이를 해결할 방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우선주 문제가 지속되자 한국거래소가 칼을 빼들었다. 거래소는 그동안 퇴출기준이 없던 우선주에 새 규정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시장에서 솎아내겠다는 복안이다. 주가가 보통주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형 우선주',거래가 거의 없는 우선주들은 증시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최고가 주식은 동방아그로 우선주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배당 우선권이 있는 주식으로,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15.9%인 123개사가 우선주를 상장해놓고 있고 종목 수는 149개에 이른다. 하지만 우선주 시가총액은 22조2300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2%대이고 하루 거래량은 0.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우선주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하루 거래량이 1만주 미만인 우선주가 112개 종목(75.2%)에 이르고,이 중 16개는 하루 거래량이 100주에도 못 미친다. 우선주 거래 부진은 무엇보다 상장주식 수 자체가 미미한 종목들이 많은 탓이다. 68개 우선주(45.6%)는 상장주식 수가 50만주 미만이고,12종목(8.1%)은 1만주도 채 안 된다. 특히 SG충남방적(110주) 고려포리머(173주) 동방아그로(250주) 허메스홀딩스(800주) 등 4개사 우선주는 상장주식 수가 1000주 미만이다. 상장주식 수가 적은 종목은 한결같이 주가가 보통주보다 수십배에서 수백배 높게 형성돼 있다. 동방아그로 우선주는 주당 129만원으로 보통주(6690원)보다 192배 높다. 액면가가 500원이므로 이를 5000원으로 환산하면 1290만원으로 국내 증시에서 가장 비싼 주식인 셈이다.

SG충남방적 우선주의 거래량을 보면 우선주의 가격 왜곡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올 들어 SG충남방적 우선주의 총 거래량은 단 6주에 불과하다. 이틀 동안 3주씩 거래된 것이 전부다. 이 기간 주가는 32% 뛰었으며 보통주보다 406배 높게 형성돼 있다.

◆우선주 이상급등 원천봉쇄보통주라면 거래가 부진한 경우 거래량 요건 미달로 상장폐지되지만 우선주는 별도 관리 규정이 없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 상장규정상 우선주는 보통주가 퇴출될 경우에만 함께 상장폐지된다. 이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의 우선주 발행회사는 5년 전 128개사에서 현재 123개사로 거의 변화가 없다.

거래소는 우선주 가격 왜곡 문제를 발행회사의 자진 상장폐지 유도를 통해 해소하려 했지만 불발로 끝났다. 주가가 워낙 뛰어 발행회사가 스스로 매수해 소각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더 이상 방치할 경우 국내 증시 관리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투자자들의 우선주 기피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게 거래소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현행 제도로는 우선주 가격 왜곡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우선주 급등 현상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퇴출 대상 우선주로 △거래량 부진 종목 △가격 왜곡이 심한 종목 △상장주식수가 미미한 종목 등을 검토 중이다. 관계자는 "거래량이 적은 우선주부터 퇴출되면 우선주 이상급등 현상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감독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우선주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 시행 전에 충분한 사전예고 기간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