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르네상스' 사업 군살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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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부채 절반 줄이기로서울시는 악화된 재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긴축재정과 예산 절감,대규모 개발사업 조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부채관리 종합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기준 3조2411억원 규모인 부채를 2014년까지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줄이기로 하고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예산축소와 시기조정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축소 · 연기 대상 사업은
부채를 줄이려면 불요불급한 사업 예산을 깎거나 공사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다. 최근 1~2년간 서울시 부채를 급증시켜온 것으로 꼽혀온 일자리 창출사업을 줄일 수는 없어서다. 교육 · 복지 등 친서민 예산을 줄이지 않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규모 사업 중 강서구 마곡지구의 '워터프런트' 사업은 축소가 사실상 확정됐다. 2012년 말까지 마곡지구 79만1000㎡에 요트선착장 페리터미널 호수공원 등을 조성하기 위해 투입할 예정이었던 9000억원 중 상당액이 감액될 전망이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도 다이어트 대상으로 꼽힌다. 중랑천 · 안양천 뱃길 조성사업,지천 정비사업 등의 시기가 늦춰지거나 사업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들 사업은 노원 영등포 등 야당 구청장들이 반대하고 있다.
상가 미분양으로 애를 먹었던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프) 중 사업이 본격화하지 않은 2 · 3단계와 물재생센터(하수처리장) 지하화 · 공원화 사업 등도 연기 대상으로 거론된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도로확장,경전철 건설 등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검토 대상이다. 사업비가 수천억~수조원에 이르는 만큼 사업을 늦추면 재정압박이 그만큼 덜하기 때문이다. 구청장이나 시의원 주민들의 반발이 변수다. 교통 관련 사업은 주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미세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H사업도 조정할 듯
서울시 재정난의 주범으로 거론되는 SH공사의 13조원 규모 부채 해결 방안도 관심이다. SH공사 부채는 서울시 및 투자기관 총부채(19조원)의 70%에 해당한다. 은평뉴타운 강일2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에 따른 보상비와 시프트(장기전세주택) 공급을 위한 공사채 발행으로 부채가 급증했다.
시프트는 조성원가와 공급가 차이로 채당 30% 정도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게 SH공사의 설명이다. 택지개발지구에 직접 짓는 '건설형 시프트'의 적자폭이 크다. 서울시와 SH공사는 건설형 시프트 공급비중을 줄이고 재건축 단지의 일부 주택을 사들여 공급하는 매입형 시프트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곡 천왕2 문정지구 등의 중대형(전용 85~101㎡) 아파트 공급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중대형 아파트 미분양이 늘고 있어 부채증가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급 규모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책 발표 왜 연기했나
서울시는 시의회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시의 살림살이가 파탄지경"이라며 재정악화를 지적하자 지난 5일 부채관리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었다. 하지만 재정안정을 위한 사업규모 · 시기 조정 대상이 유동적인 상태에서 섣불리 발표했다가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될 것을 우려해 9일로 발표시기를 늦췄다.
9일부터 13일까지 계속되는 시의회의 224회 임시회 회기 중 대책을 내놓을 경우 시의회와 예기치 못한 마찰을 빚을 것을 우려해 임시회가 끝난 뒤인 다음 주로 발표시기를 다시 연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절감 및 부채축소 등 긴축재정 방안은 서울시가 독자 처리할 수 있지만 대형사업 조정방안은 시의회의 의견이 중요한 만큼 임시회 이후로 발표를 연기했다"고 해명했다.
강황식/이정선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