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개선 부담금 1조 · '땅값8조' 낮춰줄까

정부 '용산해법'에 관심
역세권법 유권해석 등 검토
기부채납 비율 조정도 주목
파국땐 코레일 부채 해소 물거품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9일 내비쳤다. 정 장관의 '개입 시사'로 정부 차원에서 어떤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장관 소매 걷어붙인 배경은국토부는 그동안 지지부진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대한 언급이나 중재를 꺼렸다. 8 · 8 개각에서 유임된 정 장관이 바로 용산개발 문제를 거론한 것은 사안이 그만큼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 측은 다음 달 17일까지 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한 돈에 대한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고 사업 자체도 물 건너간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부지 소유주인 코레일은 당초 용산역세권 개발을 통해 4조5000억원에 이르는 고속철도 건설 부채를 갚고 적자 구조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었다. 용산개발 사업이 파국을 맞으면 코레일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도 헝클어진다. 건설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만큼 코레일이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가 쉽지 않고,공모를 통해 부지를 매각하더라도 종전 매각대금(8조원)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의 출자구조가 깨진다면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렇게 되면 코레일의 막대한 부채가 국민 세금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이 단순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넘어,코레일 재무구조 개선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용적률 높여 사업성 뒷받침할까

현재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최대 변수는 사업성이다. 28조원에서 31조원으로 늘어난 사업비를 충당하고 미분양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용적률을 높여주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게 건설투자자 등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국토부가 지난 3일 입법예고한 '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이 주목받는다. 오는 10월 시행될 제정안은 코레일 등이 소유한 역세권 개발구역의 용적률과 건폐율을 최대 50%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구 지정도 국토부 장관이 직접 할 수 있게 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제정안이 적용되면 현재 608% 수준인 용적률이 크게 올라가 수익성이 좋아진다. 30개 출자사 중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17개 건설투자자들이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자금조달 방안 마련에 망설이는 상황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설투자자들은 일본의 롯폰기힐스(1083%)나 시오도메(1466%) 등 비슷한 개발사업과 비교할 때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 조건이 훨씬 나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정안을 적용받으려면 서부이촌동 주민 2000여명의 동의를 받는 등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해 사실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토부가 역세권법을 바꿔 그동안 진행된 사업단계를 인정하는 경과조치(의제처리)를 넣거나 유권해석을 통해 이를 인정해준다면 상황은 간단해진다.

이와 관련,국토부 관계자는 "기존에 추진된 사업도 새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법제처 유권해석 등을 통해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기부채납 비율 조정도 관심

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가 부담해야 할 1조원대의 광역교통개선 부담금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도 정부 검토 대상으로 꼽힌다. 신분당~용산 전철,강변북로 지하화,경의선 용산 연장 등 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 40%로 책정한 기부채납 비율을 낮추는 방안이 그것이다. 광역교통개선 부담금은 서울시가 계획안을 마련하지만 국토부가 최종 승인한다. 드림허브는 사업비가 당초 추산보다 3조원가량 불어난 주요 원인의 하나로 광역교통개선 부담금을 지목해 왔다.

국토부가 별도의 조정기구를 운영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토부는 드림허브의 땅값 조달에 처음 차질이 빚어졌던 지난해에도 중재에 나섰다. 일부에선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소유주인 코레일이 당초 사업자 공모를 통해 선정한 삼성물산 · 국민연금 컨소시엄에 판 토지의 대금을 낮춰주는 방안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2007년 사업자 공모 절차가 한 차례 연기되면서 당초 예상(5조원)보다 땅값이 8조원으로 크게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땅값을 낮추면 조성원가가 낮아져 그동안 문제가 됐던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