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窓] 멕시코 上‥'No' 라고 못하는 멕시코인…길 찾을때 적어도 3명에게 물어봐야

이규남 KOTRA 중미지역 총괄 겸 멕시코시티 센터장
문화ㆍ역사 자부심 대단해…
과장된 표현 익숙
첫 반응 보고 판단하면 안돼
한국에서 멕시코에 대한 이해는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범죄자들이 한탕 멋지게 저지르고 도망가는 곳이 멕시코이고,LA의 한인식당이나 슈퍼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 대부분이 멕시칸이란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멕시코는 그리 만만한 국가가 아니다. 인구 1억1000만명에 경제규모도 한국보다 큰 세계 14위의 거대 경제권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2008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891달러를 기록했을 정도로 중남미에서 가장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다. 특히 수입규모가 연 3000억달러 정도로 중남미에서 가장 큰 수입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철저히 연구하고 진출해야 할 시장이다. 멕시코 바이어와의 비즈니스는 편견을 버리고,이 나라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멕시코에 있을 정도로 빈부격차가 큰 이 나라의 비즈니스맨들은 대부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은 부(富)를 소유하고 있으며,자존심도 높다.

멕시코인들은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환경뿐 아니라 스페인 정복 이전의 마야와 아즈텍 등 독특하고 오랜 고대문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처음 만날 때 자연스런 상담을 위해 테오티와칸(Teotihuacan) 피라미드와 같은 문화유적의 경이로움,멕시코시티의 훌륭한 기후라든지 칸쿤(Cancun) 등과 같은 카리브해 휴양지의 아름다움에 대한 칭찬으로 대화를 시작하자.상대방에게 호감을 줘 대화 분위기를 좋게 만들 수 있다.

한국사람들도 외국인이 김치를 좋아한다고 하면 호감을 갖듯이 멕시코인들 역시 자기네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외국인들이 멕시코 음식을 칭찬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에서도 타코(Taco)나 코로나 맥주가 인기가 있고,이번에 멕시코에서 타코를 먹어보니 역시 본토에서 먹는 것이라 그런지 정말 맛이 있다고 해보자.당신을 보는 상대방의 눈이 우호적으로 바뀔 것이다. 여기에 몰레(Mole)는 역시 오하아카 몰레가 제일 맛있다고 한마디 덧붙이면 상대방의 당신에 대한 호감은 최고치에 이르게 될 것이다. 멕시코 바이어들은 다소 호들갑스러운 라틴 기질이 있어 첫 상담부터 감탄사를 연발하며 당장이라도 오퍼를 줄 것처럼 하는 경우가 많은데,한국업체들은 바이어의 이런 반응에 고무돼 당장 오더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업무 처리가 상당히 느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멕시코에서는 길을 물어볼 때 최소한 3명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길을 몰라도 아무 방향이나 가르쳐주고 볼 정도로 멕시코인들은 상대방에게 노골적으로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더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안한 채 어정쩡한 상태로 접촉을 회피,거래를 추진하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화로 대답해 주겠다고 하고 전화도 하지 않고,이쪽에서 전화하면 항상 자리에 없고,메시지를 남겨 놓아도 연락이 없다면 거래할 의사가 없다고 보고 포기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