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앞둔 바이오벤처, 적대적 M&A '비상'

메디포스트·마크로젠 등 최대주주 지분 10% 안팎 '취약'
황금낙하산·의결권제한 등 정관 서둘러 개정
내년 초 줄기세포 치료제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메디포스트는 이달 중순께 갑작스레 최대주주가 바뀌어 관심을 끌었다. 외국계 투자회사인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트먼트가 꾸준히 주식을 매입,보유 지분율이 9.63%로 창업주인 양윤선 대표와 특수관계인 지분(9.19%)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엔 최근의 바이오벤처 투자'붐'과 맞물려 첫 적대적 인수 · 합병(M&A)사례가 생겼다는 루머가 돌았다.

알리안츠 측이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즉각 해명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이를 계기로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취약한 지분구조가 향후 잠재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대주주 보유지분 낮아

대부분 설립 10여년째를 맞은 바이오기업들은 최대주주 보유 지분이 타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별다른 캐시카우 없이 신약개발자금을 외부에서 충당해온 결과다.

메디포스트뿐만 아니라 마크로젠 NK바이오 이노셀 알앤엘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 바이로메드 등 주식시장에 상장(등록)된 바이오기업들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10% 안팎이다. 또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상당수 바이오 기업들은 이미 전환사채CW)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거나,발행할 계획이 있어 보유지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연구 · 개발(R&D) 중심의 벤처일 때는 적대적 M&A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신약개발의 가시적 성과를 앞둔 기업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이제 외부의 M&A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취약한 지분구조는 적대적 M&A뿐만 아니라 개발신약의 상업화단계에서 우호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도 한계를 갖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근 NK바이오가 미국계 투자사와 최대주주 지분양도를 비롯해 합작사설립 등 다양한 옵션을 내걸고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최대주주인 큐리어스의 보유지분이 7.73%에 불과한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적대적 M&A를 원천봉쇄하라'

현실적으로 보유지분을 높이는 데 한계를 갖고 있는 바이오벤처들은 정관변경 등으로 향후 예상되는 적대적M&A시도에 대비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정관에 적대적 M&A 등으로 인한 이사 및 감사의 임기 중 퇴임을 저지하는 안을 신설했다. 일명 '황금낙하산'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이사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해임될 경우에는 통상적인 퇴직금 외에 보상금 명목으로 각 1인에게 50억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최대주주 보유지분이 상대적으로 높은 FCB투웰브도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정관을 개정했다. 이 회사 최대주주인 김현수 대표의 보유지분은 21.3%다. FCB투웰브는 황금낙하산제도 외에 이사 감사선임,해임의결권 강화,보유지분에 따른 의결권 제한 등 9가지 촘촘한 조항을 신설해 향후의 적대적 M&A를 대비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