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앨라배마서 아반떼 생산…美시장 '빅5' 진입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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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부터 쏘나타와 동시 생산현대자동차가 신형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의 미국형 모델을 이르면 11월께부터 미 앨라배마 공장에서 직접 생산,판매키로 했다. 본격 양산은 내년부터다.
준중형 잡고 점유율 10%대로
풀라인업 갖춰 '빅 메이커' 도약
인기몰이 중인 중형차 쏘나타에 더해 준중형차 아반떼를 현지 소비자 입맛을 감안한 맞춤형 생산으로 전환,미국에서 빅5 브랜드로 올라서겠다는 복안이다. 현대 · 기아차는 7.7% 수준(올 1~7월 기준)인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닛산과 크라이슬러를 제치고 GM 포드 도요타에 이어 혼다와 4~5위를 다툴 수 있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도 연비가 좋은 준중형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도요타 코롤라,혼다 시빅,시보레 코발트,포드 포커스 등이 경쟁하는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메이저 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형 아반떼로 쏘나타 인기 이어간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를 10월에 기아차 조지아 공장으로 옮기는 대신 신형 아반떼를 현지에서 만들기로 방침을 굳혔다. 미국내 준중형차 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만큼 신형 아반떼를 주행성능과 안전성 등에서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춘 모델로 투입해 바람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주력 모델에는 2.0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다. 현대차가 준중형 아반떼를 미국에서 생산키로 한 것은 시장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연비가 좋은 준중형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도요타 혼다는 물론 GM 포드도 신모델을 앞세워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쏘나타 외에 준중형차에서도 새로운 생산,판매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올 상반기 미국내 준중형차 시장에선 도요타 코롤라가 14만501대로 1위,혼다 시빅이 13만3601대로 2위를 차지했고 시보레 코발트(11만5470대)와 포드 포커스(8만9783대),폭스바겐 골프 및 제타(7만94대),현대 엘란트라(5만7564대)가 뒤를 이었다. 앞서 중국에 현지 맞춤형 아반떼 위에둥을 출시,큰 성공을 거둔 것도 현대차가 미국내 아반떼 생산,판매를 결정한 중요한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쏘나타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잔업을 거듭하고 있지만 공급이 물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신형 아반떼의 현지생산이 본격화하면 수요가 많은 준중형과 중형차 시장 모두에서 약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에서 럭셔리까지'빅 메이커 라인업'
최고급 세단 에쿠스도 10월 말 미국에 진출한다. 가장 수요가 많은 준중형차와 중형차를 현지 생산하는 데 이어 대표적 최고급 모델을 출시,빅 메이커로서의 인지도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4.6ℓ급 가솔린 엔진을 단 두 가지 모델을 우선 내놓은 뒤 내년께 5.0ℓ 엔진 모델을 추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풀라인업 전략을 통해 올 1~7월 7.7%까지 끌어올린 시장점유율(현대 · 기아차 합산 기준)을 빠른 시일 안에 10% 이상으로 높인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2003년 3.8%였던 점유율은 2005년 4.3%,2007년 4.8에서 지난해 7.0%로 수직 상승했고 올해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조지아 공장에서 나오는 SUV 쏘렌토R과 싼타페도 품질 및 연비경쟁력을 인정받으며 꾸준히 판매가 늘고 있어 아반떼 현지생산과 에쿠스 출시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충분히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창 탄력을 받은 지금이야말로 밀어붙여야 할 최적기라는 것이다. ◆국내 311만대 생산 규모는 유지
현대차는 미국형 아반떼를 현지 생산하더라도 국내 생산물량은 유지할 방침이다. 불가피하게 해외비중이 늘어나더라도,노조 협조 없이는 현지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국내 공장의 일감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해외 다른 메이커 사례를 보더라도 에쿠스 제네시스 등 부가가치가 높은 차종의 생산은 국내 사업장이 맡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 · 기아차의 해외 생산 · 판매 비중은 지난해 48.1%에서 올 상반기 51.5%로 올라갔고,앞으로 러시아 공장 가동과 아반떼 미국 생산 등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존망의 위기에서 벗어나자마자 글로벌 경쟁사들은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을 차지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메이저 시장에서 살아남고,한발 나아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그 시장의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그때그때 내놓을 수 있는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원칙을 갖고 조만간 미국형 아반떼의 현지생산 문제를 노조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