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株는 뛰는데…'답답한' 은행·보험株

기준금리 동결·손해율 급등, 연이은 악재…상승장서 소외
연내 한차례 금리인상 가능성…PBR 낮아 '저가 매수' 매력

코스피지수가 2년3개월 만에 1800선을 탈환한 지난 10일.증시는 박스권을 탈출해 레벨업될 것이란 기대로 들떴지만 보험주 투자자들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상승장임에도 보험업종 지수는 0.92% 떨어져 가장 부진했기 때문이다. 9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다 손해율 급등까지 악재가 연이어 터진 탓이다.

이달 들어 은행주 상승률도 시장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증시 호전 덕에 증권주가 이달에만 5.86% 급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주 내에서 증권주와 은행 · 보험주 주가가 단기적으로 엇갈린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장기 투자자라면 은행주와 보험주를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랠리에서 소외된 은행 · 보험주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은행주와 보험주는 각각 0.62%와 0.55% 상승에 그쳐 코스피지수 상승률(3.43%)을 크게 밑돌았다. 유일하게 하락한 통신주(-0.29%)를 제외하고는 가장 나쁜 성적이다. 중국 관련 수혜주로 꼽히는 유통 기계 운송장비 등이 6~8%대로 강세를 보인 사이 은행 · 보험주는 소외주로 전락했다.

이달 초만 해도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금융주에 단기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금리가 올라가면 은행은 순이자마진(NIM)이 확대되고 보험사는 운용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동결되자 실망매물이 쏟아져 9~10일 이틀간 LIG손해보험(-5.98%) 동부화재(-5.61%) 등 손보주와 삼성생명(-3.52%) 대한생명(-3.07%) 등 생보주가 모두 추락했다. 은행주도 금통위 발표 당일 외환은행(-1.96%) 부산은행(-0.81%) 기업은행(-0.36%) 등이 약세로 돌아섰고,그동안 낙폭이 컸던 신한지주(1.54%) KB금융(0.83%) 등만 소폭 올랐다.

실적 악화 우려도 주가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손보주는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예상보다 높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비상이 걸렸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 중 보험금으로 내주는 비율로,수치가 높을수록 보험사엔 부담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달 말께 발표될 손보사의 2분기(7~9월) 실적이 좋게 나오기는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팔아놓은 생보사도 고민이 커졌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생보사는 확정금리형 부채(상품)가 손보사보다 월등히 많아 금리에 따른 이익변동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주요 은행의 실적도 단기간에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지난달 은행 대출은 전년 동월 대비 2.9% 증가에 그쳐 7월(3.4%)보다 부진했다. 8월 수신은 7월보다 3조2000억원 줄었다.

◆중장기 투자매력은 살아 있어은행주와 보험주는 단기 투자 매력은 떨어졌지만 밸류에이션(내재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 중장기 투자 대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 예상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 이하로 절대 저평가 상태"라며 "우리금융 민영화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신한지주의 지배구조 리스크 등이 해소되면 점진적인 주가 회복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보험주도 연내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기대를 버리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대신증권은 경기 회복세,고용 여건 개선,명목임금 상승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오는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 연구원은 "확정금리형 부채가 적은 손보주가 생보주보다 주가 회복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