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발빠른 갈아타기로 외국인에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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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철강→지주사→증권
단기 주도株 공략해 '고수익'
9월 10.6%…외국인은 6% 그쳐
1800 넘자 IT·은행株에 베팅
최근 업종별 순환매 장세에서 기관의 '영리한' 투자전략이 관심을 모은다. 기관은 매수 · 매도를 오락가락하면서도 단기 주도주를 집중 공략해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업종 대표주를 꾸준히 사들이는 외국인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투신권(자산운용사)은 코스피지수가 1820선을 돌파한 지난 15일부터 그동안 조정을 받아온 대형 정보기술(IT)주와 은행주를 적극 매수하기 시작해 주목된다.
◆기관 공략종목 상승률 돋보여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상위 20개 종목은 지난 20일까지 평균 10.6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20위권 종목이 평균 6.39% 오르는 데 그쳤고,개인이 공략한 종목은 -0.59%인 점과 비교하면 돋보이는 성적이다. 기관이 선택한 종목 중 SK(상승률 19.57%) 두산중공업(18.60%) 현대중공업(17.99%) 등은 이달 들어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코스피지수가 1700에서 1760선까지 올랐던 지난 7월에도 기관과 외국인 순매수 20위권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각각 12.66%와 4.05%로 3배 차이가 났다. 8월에만 외국인이 8.96%로 기관(7.56%)을 소폭 앞섰을 뿐이다.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꾸준히 산 것과 달리 기관은 타깃을 자주 바꾼다는 것이다. 기관은 7월 삼성물산(13.82%) 현대건설(11.46%) 현대제철(13.38%) 현대미포조선(25.10%) 등 건설 · 철강 · 조선주를 쓸어담아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이어 8월에는 효성(30.33%) LS(22.65%) 한화(11.10%) 등 지주사를 사들여 높은 수익을 냈다. 이달 들어 1800선을 돌파하는 강세장이 펼쳐지자 기관은 삼성증권(11.72%) 대우증권(10.88%) 등 증권주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해 수익을 높였다. 외국인의 월간 순매수 상위권에 삼성전자 현대차 현대모비스 LG화학 삼성화재 NHN 등 업종 대표주들이 '붙박이'로 등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투신,IT · 은행주 저가매수 주목
지수가 연중 최고점을 잇따라 경신하자 기관들은 그동안 주가 조정을 받았던 대형 IT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투신은 지난 15일 하이닉스를 114억원어치 사들였고,16일에는 삼성전기와 LG디스플레이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17일엔 LG전자 하이닉스 삼성전기 삼성전자를 나란히 순매수 최상위에 올려놓았다. 이 같은 매매 패턴은 이달 초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투신은 이달 1~14일 2주간 삼성전자(-2446억원) 삼성SDI(-1542억원) 하이닉스(-1243억원) 삼성전기(-731억원) 등을 대거 순매도했다. 또 연휴 직전인 20일엔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금융주가 투신 순매수 1~3위에 오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들어 종목별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자 기관들이 조선 철강 건설 지주사 등을 번갈아 공략하며 고수익을 내는 영리한 전략을 구사했다"며 "최근엔 IT와 은행주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고 판단해 기술적 반등을 노리고 매수를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글로벌 자금이 이머징 증시로 유입되는 속도가 빨라진 점을 감안하면 매수 여력이 커진 외국인도 IT주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며 "투신이 IT주 강세를 예견하고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