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집 찾아 서울 탈출"…광명·남양주 전셋값 껑충

전셋값 오름세 수도권 확산

수도권 한달새 0.5% ↑…서울 2배, 중소형 1000만~2000만원 상승
세입자 "2년 전보다 너무 올라"…작년 '전세대란' 재현 우려
서울 잠실주공5단지 113㎡에 살던 김성길씨(42)는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달 말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KCC 아파트 109㎡로 이사했다. 전세금이 2억2000만원으로 2년 전보다 7000만원이나 뛰어서다. 잠실 엘스 등 인근의 입주 2년차 단지 전셋값이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싼 이곳에 전세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옮겨온 사람들이 늘면서 하남시 덕풍동과 신장동 100~110㎡ 전셋값도 보름사이 1000만~1500만원 올랐다.

◆싼 집 찾아 외곽으로 탈출 러시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세가가 낮은 집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광명 남양주 용인 파주 등의 전셋값이 최근 4주간 크게 올랐다.

광명시는 구로디지털단지 근무자 등이 몰리면서 철산동 주공12단지 82㎡(중간층 기준) 전셋값이 1억4000만원으로 1500만원 뛰는 등 60~85㎡ 중소형 전셋값이 1000만~2000만원 올랐다.

남양주는 서울 강북권 세입자 유입이 늘면서 진접읍 오남읍 등지의 중소형 전셋값이 1000만~1500만원 상승했다. 송파 · 강동구와 가까운 하남시 덕풍동과 신장동의 60㎡ 안팎은 1000만원,85㎡ 안팎은 1500만~2000만원 뛰었다. 125㎡ 이상 대형이 70%가 넘는 용인은 중소형 전세 수요가 대형으로 옮겨 붙어 1000만~1500만원 올랐다. 파주도 일산 세입자들의 이주로 운정지구 중소형 전셋값이 500만~1000만원 상승했다.

용인시 동천동 동천태양공인의 박찬식 사장은 "판교의 높은 전셋값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분당으로 이동하고,분당 세입자들은 용인으로 옮겨가면서 전셋값 동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 선호현상이 전셋값 상승 부채질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개발 · 재건축 활성화 등으로 작년에 서울의 전셋값이 급등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이사철 수요 △매매 대신 전세를 택한 눌러 앉기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한 무주택 유지 등이 겹쳐 전셋값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리서치 팀장은 "전셋값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지만 주로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오르는 데다 연말 수도권 입주 물량이 5만7000여채나 돼 이사철이 지나는 내달 하순께는 전셋값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 안정책'시급불투명한 집값 전망으로 전세 선호 경향이 두드러져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전세시장이 전년 대비 각각 12.6%와 7.5% 뛴 2006년 및 작년과 비슷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2006년과 작년에도 전셋값 상승세는 서울과 신도시 등에서 외곽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느끼는 전셋값 상승도 시장불안 요인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잠실주공5단지 113㎡ 전셋값이 작년에 5500만원 오르고 올해엔 1500만원 올랐지만 2년간 상승한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는 계약자들에겐 7000만원 뛴 셈이어서 이들이 느끼는 주거불안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급감하는 등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은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정부가 이른 시일 내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자칫 '전세대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