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금융사 수익성 비상

[한경닷컴] 초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월가 금융사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조달 금리는 이미 0%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장기 금리 하락 영향으로 국채 매입 등 자산 운용 수익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올 들어 월가 금융사들의 평균 주가가 15% 가량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은행,보험,투자운용사들이 미약한 경기 회복으로 영업이익을 거두기 어려워진 데다 조달과 운용 간 금리 차가 급격히 줄어 수익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금융사의 단기 차입 금리는 연초와 비슷한 0.15%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초 4%에서 2.6% 수준으로 1.4% 포인트 떨어졌다. 노던트러스트의 빌 모리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나치게 낮은 금리 탓에 2분기 수익이 평소 대비 7000만 달러 감소했다”고 말했다.금리가 너무 낮아 머니마켓뮤추얼펀드의 운용 수수료를 부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률을 거두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제퍼리스인베스트먼트뱅크의 리처드 핸들러 최고경영자(CEO)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금융 상품 거래 규모가 감소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뉴욕 증권거래 시장에서 주식 거래 규모는 1년 전에 비해 20% 가량 감소했다.

현재와 같은 낮은 금리가 지속되면 고정금리 연금과 최저 보험금을 보장하는 생명보험 상품의 경우 자칫 회사에 손실을 끼칠 수 있다.2분기 확정금리 거치연금(deferred annuities)의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감소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장기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사들로선 투자 자산에서 발생하는 자산 소득이 감소하는 것도 경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키페브루예트앤 우즈는 생명보험사들의 순익이 2011년,2012년에 각각 2%,4%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의 수익률을 계속 낮춰오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온 은행들도 대출과 투자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크레딧스위스의 크레이그 세젠탈러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전 4%포인트를 넘던 지방은행들의 예대 마진이 내년에 3.44%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수·합병(M&A) 혹은 채권 발행 인수를 통한 돈벌이도 시원치 않다.기업들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도 발행 금리가 워낙 낮은 탓에 수수료를 챙기기도 쉽지 않다.기업 공개 주간 업무도 경쟁이 치열해 예전에 2∼3%씩 받던 수수료를 0.75%만 받고 있다.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모기지 관련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파생상품 영업도 크게 위축됐다.

특히 미 통화당국이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늪에 빠지지 않도록 미 국채 추가 매입에 나설 경우 금리가 더 떨어지면 금융사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낮은 금리가 경제를 살리는 데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어도 금융사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안겨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 팽창으로 30년 동안 쾌속 성장해온 월가 금융사들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배당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