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재테크 강자'로 살아남기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서 재테크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은 1일 1130원40전을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54원30전 하락했다. 올 들어 최고점이던 6월10일(1251원)에 비해서는 120원60전이나 내렸다. 4월 말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로 인해 상승세로 반전했던 원 · 달러 환율은 이제 완연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3차 글로벌 환율전쟁의 여파다. 더블 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 우려에 빠진 미국이 수출로 경기 회복을 유도한다는 방침 아래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달러를 추가로 방출하는 양적완화와 더불어 환율조작 의심국가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는 두 가지 전술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율전쟁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20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내는 중국을 타깃으로 삼고 있지만 한국도 안심할 수는 없다. 한국도 대미 무역에서 연간 200억달러가량의 흑자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은 원 · 달러 환율 하락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자칫 미국의 오해를 사 환율조작국으로 찍힐 경우 더 큰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아 환율 방어에 소극적이다.

따라서 원 · 달러 환율은 추가 하락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말까지는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 근처까지 하락하고 내년엔 그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환율 하락은 단순히 기러기 아빠나 해외 여행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원 · 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 등 외화를 국내로 갖고 들어와 국내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고 있어 투자환경을 크게 바꾸고 있다. 유동성 장세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예측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기에는 해외 주식보다는 국내 주식이 더 낫다고 조언한다. 해외 주식은 이익이 난다 하더라도 환율이 하락하고 나면 원화로 환전한 뒤의 이익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경제 회복 속도 자체가 외국에 비해 빠르기 때문에 상대적 주가 상승 속도가 더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채권금리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지만 절대 수준 자체가 크게 낮아진 상태여서 투자에 신중할 것을 주문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현재 연 3.26%로 신용카드 사태 직후인 2004년 12월의 사상 최저치(연 3.24%)에 근접한 상태다. 다만 5년 이상 장기 국고채의 경우 사상 최저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3년 만기 국고채에 비해서는 하락 여력이 좀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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