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임매매 규정 정비해 증권분쟁 소지 줄여야

금융감독원의 조정 결정을 증권사가 수용하지 않자 금감원이 투자자 편에 서서 소송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해 주목된다. 금감원은 지난 6월 한국투자증권의 과당매매와 부당 신용거래 권유 등으로 8억원대의 손실이 났다며 고객이 신청한 분쟁조정에서 증권사 책임 30%를 인정하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증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민원인에게 소송을 권고하고 변호인 선임 등 소송비용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금감원은 문제가 된 2008년 3월과 4월 증권사 직원이 수수료 수입을 위해 매매회전율이 2000%가 넘을 정도로 과당매매를 일삼은 데다 위험한 신용매매를 권하는 등 고객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런 불건전한 영업 행태에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소송을 지원키로 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투증권 측 이야기는 좀 다르다. 투자자가 손실을 입기 시작한 것은 2008년 6월부터인데 이때는 주가하락으로 거래를 거의 하지 않은 만큼 과당매매는 손실의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주식투자 경험이 전혀 없다는 금감원 주장과는 달리 투자자는 이미 대리인을 통해 미수거래까지 해왔고 신용거래도 본인이 원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양측 주장이 워낙 팽팽해 시시비비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분쟁이 계속되는 것은 과거부터 늘 분쟁의 대상이 됐던 포괄적 일임매매에 대해 자본시장법이 명확한 규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제71조는 이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지켜지지 않을 뿐더러 어디까지를 포괄적 일임매매로 볼 것인가도 애매하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소송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제에 일임매매 관련 법령을 재정비하고 과당매매 기준 을 정하는 등 분쟁 가능성 자체를 사전에 최소화하려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할 것이다. 증권사 역시 지나치게 잦은 매매는 설사 적법한 것이라 하더라도 가급적 자제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