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 대해부 1-3] 레이크 간판 운용역 최관영 운용2팀장

레이크투자자문의 대표 매니저인 최관영 운용2팀장(38·사진).

최 팀장은 항상 한 권의 노트를 들고 있다.그리고 틈만 나면 뭔가를 열심히 적는다. 그의 노트에는 그날의 핵심 종목과 매매 상황이 빼곡히 적혀 있다.주식시장이 끝나는 오후 3시면 최 팀장은 그 노트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날 매매상황을 복기하고 내일의 전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현대증권 영업맨으로 증권업에 입문한 최 팀장은 김택동 대표와 함께 현대증권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운용역으로 명성을 날렸다.

소리없는 전쟁터와 다름 없는 주식시장에서 지지않는 싸움을 계속 해날갈 수 있는 것도 이런 꼼꼼함과 성실함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했다."1999년 현대증권에 입사해 신탄진지점에 첫 발령을 받았을 때만 해도 직원전용 단말기 조차 어떻게 다루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현재가 창에서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너무 재미있는 겁니다. 지금까지도 종목의 주가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주식쟁이가 천직인 셈이죠"

증권맨 초년병 시절 선배들의 도제식 수업을 받으며 종목 차트를 손으로 직접 그리는 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주식에 미친 영업맨에겐 운도 따랐다. 입사한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인근 지점을 통털어 영업실적이 가장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엉성하기 짝이없는데 당시에는 주식책도 닥치는 대로 읽고 여러 형태로 노력하는 모습이 고객들에게는 귀엽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아름아름 같이 주식투자를 해보자는 사람들도 늘면서 증권맨으로서 성장하기 시작했죠"1999년 대세 상승기가 마무리되고 2000년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한 하락기에도 남들보다 덜 깨지는 방법으로 승승장구했다.하지만 매번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제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것에서 지면 존재감이 없다고 생각해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증권맨으로 처음 시작할 당시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투자한 종목이 상장폐지되기도 했죠. 충격이 컸습니다. 친인척들에게서 융통한 자금으로 투자했다 실패해 폐를 끼치기도 했고요. 아버지 퇴직금을 모두 날려 대청댐에 가서 이상한 생각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

최 팀장은 2001년 당시 주식시장에서 질수밖에 없는 일은 다 해봤다고 한다. 스스로 조절이 안됐고 탐욕에 젖었다. 손실을 볼때면 매매가 더욱 빨라지고 고집도 부리고 시장에 맞서기도 했다."그때 깨달은 것이 매매는 테크닉이 아니라 먼저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소심한 성격이지만 큰일이 닥치면 오히려 의연해지는 성격도 이때 힘을 발휘했죠"

'로스컷(손절매) 3%' 원칙부터 수백가지 매매원칙을 찾아내며 내공을 쌓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그 많던 매매기법들이 몇 가지로 압축되면서 체화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지방의 한계를 느낀 최 팀장은 현대증권 본사 투자분석부 내부공모에 도전해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지점 영업맨으로 쌓은 노하우가 분석 영역에서도 빛을 발했다.

현대증권 간판 선수로 출전한 한경 스타워즈 실적투자대회에서는 2006년 3위에 이어 금융위기가 주식시장을 강타했던 2008년에도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 팀장은 철절한 '탑다운' 방식으로 종목을 골라내고 비중을 조절한다.

"시장의 키워드를 대변하는 종목 위주로 선별한 뒤 주가의 탄성을 주의깊게 지켜봅니다. 다른 종목이 내릴때 유독 많이 빠지는 등 상승탄력이 죽으면 감이 느껴집니다. 신규매수가 덜 들어오든지 이격이 벌이지는 등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주저없이 결정을 합니다"

자문업계에 입문한 뒤로는 오히려 고객들로부터 배운다고 말한다.

"고액자산가들은 그 나름의 노하우와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알토란 같은 자금을 맡기는 일을 그렇게 쉽게 결정하지는 않죠. 한 고객은 일임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운용역들의 됨됨이를 찬찬히 뜯어보는 치밀함까지 보이기도 했습니다"

최 팀장은 지금도 침대 머리맡에 켜진 노트북을 올려놓고 있다.잠자리에 들어서도 차트를 보고 해외 증시 상황을 점검하는 습관 때문이다.최 팀장의 자녀들이 취학전에 한글보다 종목 차트를 먼저 보고 배웠을 정도다.그는 "증권사 직원으로 있을 때와 자문사의 매니저로 일할때 느끼는 책임감과 성취 동기는 완전히 다르다"며 "자문업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는 만큼 지금의 성취에 절대 자만하지 않고 더욱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