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외교부 진짜 개혁하려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14일 대사관 고위직의 민간개방,특별채용 축소,무능한 외교관 퇴출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 · 조직 쇄신방안을 내놓았다. 유명환 전 장관의 딸 특채파동을 계기로 도마위에 오른 외교부를 대수술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하지만 '외교 서비스'의 주 고객 중 하나인 기업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한 중견기업의 해외담당 임원은 "인사제도를 고치고 고위직 몇 명을 바꾼다고 달라지겠느냐"며 "외교관들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의 해외사무소장은 "대사관이 발 벗고 비즈니스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간섭하지만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현지 교민사회에서 "대사 눈밖에 나면 사업하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몇 달 전 아프리카의 A나라에 취재갔을 때 현지 교민 K씨는 "대사가 바뀐 뒤로 교민 사회에 활기가 넘친다"고 했다. 전임 대사는 교민들의 사소한 친목행사에도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고,때로는 '나한테 보고도 없이…,두고보자'며 엄포까지 놓았다고 한다.

물론 재외공관장들 일부의 얘기일 것이다. 올 여름 휴가차 잠시 귀국했던 A대사는 보름여간 한국에 머물면서 해당국에 진출하려는 기업 5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비즈니스 상담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휴가를 반납하며 몸을 던지는 외교관들도 있다.

한 외무공무원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공관장은 인사에서 밀리면 가는 자리였다. 물 먹고 가는 사람이 무슨 의욕이 있어 일을 제대로 하겠느냐"고 털어놨다. '시간을 때우는'는 공관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을 고백한 것이다. 오지에 근무하고 있는 K대사는 "비선호지역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에게 승진 등에서 인센티브를 줘야 '골방외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장관이 무능한 공관장을 퇴출시키겠다고 했으니 지켜볼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교관의 서비스 마인드와 이들이 스스로 뛸 수 있는 유인책이다. "대사관이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하고 발로 뛰지 않는다면 외교부 개혁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외교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장진모 정치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