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트렌드] 한번 충전으로 40km 주행 '거뜬'…심한 경사길도 가뿐히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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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첫 국산 전기자전거 '그리니티' 타보니"이게 자전거야,오토바이야." 삼천리자전거가 첫 국산 전기 자전거 '그리니티'를 내놓으면서 배터리를 충전해 움직이는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천리는 성수기인 내년 봄까지 전국 주요 매장에 시승용 그리니티를 배치,전기 자전거의 장점을 소비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삼천리 관계자는 "매일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농어촌 지역 주민,자전거 출퇴근족 등이 전기자전거 소비층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내년 말까지 3000대가량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능 테스트를 위해 지난 17일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삼천리공장에서 전기자전거 두 대를 빌려 시승에 나섰다. 우선 전기 모드로 들어가기 위해 몇 번 페달을 밝아 자전거를 움직이는 상태로 만들었다. 정지 상태에서 갑자기 모터가 돌면 사고 위험이 있어 이동시에만 '전기 모드'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손잡이 위에 있는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모터가 돌기 시작한다. 최대 속도는 시속 25㎞지만 체감 속도는 이보다 훨씬 빨랐다.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해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만 여러차례였다.
페달을 세게 밟으면 전기 모터가 작동을 멈춘다. 사고 방지를 위해 제한속도를 넘으면 자동으로 전원이 끊어지도록 설계한 것.페달을 밟지 않고 100% 충전된 전지의 힘만으로 움직이면 40㎞가량을 갈 수 있다. 제품 설명서는 전기의 힘으로 넘을 수 있는 경사 한계를 7도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더 심한 경사길도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다. 모터의 힘과 페달의 힘을 함께 쓰는 만큼 일반 자전거보다 오르막길 운행이 쉬워지는 것이다. 다이얼식으로 조절할 수 있는 7단 기어도 경사로 주행에 도움이 된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크기는 보온 도시락통과 엇비슷하다. 무게는 3.4㎏로 충전을 위해서는 배터리를 자전거에서 분리해야 한다. 충전은 가정용 전원을 이용하면 된다. 방전 상태에서 100% 충전하는 데까지 5시간이 걸린다. 배터리만 별도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격은 개당 40만원 선.
배터리에 저장할 수 있는 전력의 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줄어들지만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리튬이온 전지를 삼천리에 공급하는 삼성SDI는 완전 충전과 방전을 500번 반복했을 때를 기준으로 70% 이상의 효율을 보장하고 있다. 중국 전기자전거에 널리 쓰이는 납축 전지의 경우 쉽게 방전이 되고 수명도 1~2년 정도로 짧다. 전기 자전거의 가격은 아직 비싼 수준이다. 전지 생산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자동차 등 용량이 큰 리튬이온전지의 생산이 본격화돼 생산량이 지금의 10배로 늘면 25%가량 가격을 내릴 수 있다"며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자동차 시장여건에 따라 전기자전거 가격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토바이도 전기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제품이 있다. 국내에서는 S&T모터스가 전기 오토바이를 생산,서울시 등에 납품하고 있다. 1회 충전(약 3시간)으로 약 95.8㎞(시속 35㎞ 정속 주행 시)를 달릴 수 있다. 배터리 크기는 전기 자전거의 5배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자전거와 전기 오토바이는 전기 자동차에 비해 제작 단가가 싸면서도 용도가 다양하다"며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는 친환경 전기 교통수단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왕=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