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신 우리 강조…형용사 남발…"CEO, 당신 거짓말 하고 있군요"

스탠퍼드대 '7가지 단서' 분석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나오는 전화 · 화상회의(콘퍼런스콜 · conference call)는 기관투자가나 애널리스트들에게 기업의 실상을 분석할 수 있는 좋은 교재다. 회사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미국 투자전문지인 데일리파이낸스는 22일 2만9000건의 기업 콘퍼런스콜 속기록을 분석한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연구 결과를 인용,'CEO가 거짓말하는 7가지 신호'를 소개했다. 우선 CEO가 '책임'과 같은 단어를 쓰며 공동체를 강조하기 시작하면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데이비드 라커 연구원은 "'I'나 'me'같이 '나'를 지칭하는 표현 대신 'we''us'등 '우리'를 자주 언급하는 CEO는 정직하지 못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당신도 알듯이(you know)" "모두 동의했다(everyone agrees)" 등의 표현을 쓸 때도 조심해야 한다. 책임 회피 심리가 배어 있다는 것이다.

회사 상황을 설명하며 "결점이 없는" "독보적인" 등 수식어구를 남발할 때도 문제다. 정직한 경영자는 대개 구체적이고 계량화된 단어를 고르기 때문이다.

최악은 감정이 잔뜩 들어간 어휘들을 쓰는 CEO다. 상황이 좋을 때는 "경이적"이라고 자랑하다가도,안 좋을 때는 "어렵다" "힘들다" 등으로 돌변해 신뢰하기 힘들다. 심지어 "지옥에나 가라" "엿먹어라" 등의 욕설을 서슴지 않는 CEO도 있다. 정직한 CEO는 분석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싫다" 혹은 "죽여버리겠다" 등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어투를 쓰는 CEO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긍정적인 것도 문제다. "나를 믿어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고 데일리파이낸스는 설명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