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시청률 18%…엠넷 주가 51% 껑충

KBS 1TV '뉴스라인' 보다 3배 높아
2011년 중국 등 10개국에 생중계
기능공 출신 허각 씨 최종 우승
"솔직히 상금(2억원)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저 아버지,형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싶을 뿐이에요. 이런 기회는 계속 생길 것이고 그때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케이블채널 엠넷이 지난 22일 밤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생중계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에서 우승한 허각(25)의 소감이다. 작곡가 조영수의 신곡과 자유곡을 미션으로 겨룬 최종회에서 허각은 사전 온라인 투표와 심사위원 투표,시청자 문자 투표를 합산한 최종 점수에서 988점을 받아 596점을 얻은 존 박을 따돌렸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 시청률은 18.1%로 케이블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슈퍼스타K'시즌1이 세웠던 케이블방송 역대 최고치 8.7%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KBS 1TV의 '뉴스라인'(6.8%),KBS 2TV '청춘불패'(6.0%),SBS '스타부부쇼 자기야'(7.7%),MBC 'MBC 스페셜'(6.2%),'김혜수의 W'(4.0%)도 크게 앞질렀다.


◆엠넷미디어 시가총액 500억원 늘어

엠넷미디어 주가는 24일 현재 2900원으로 한 달 전의 1920원에 비해 51%나 뛰었다. 시가총액은 930억원에서 1400억원으로 5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전적으로 '슈퍼스타K 2'의 인기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방영 전에 광고와 협찬 계약을 끝냈기 때문에 매출은 55억원에 머물렀다. 제작비 45억원을 제외하면 이익은 10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증권사의 분석이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가 급등해 내년부터 큰 수익을 낼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응모자가 134만명에 달했고 가족을 포함하면 500만명이 이 프로그램에 직 ·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온라인 · 모바일 투표,오프라인 행사 등을 통합한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했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구전효과가 컸다"며 "앞으로 지상파방송에서 케이블방송으로 '파워 시프트'(권력이동)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스타K 2'가 케이블채널의 이미지를 끌어올려 다른 프로그램들의 시청률도 제고시킬 것이란 얘기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케이블채널들이 과감한 투자로 '섹스 앤드 더 시티' 등 킬러콘텐츠들을 만들어내면서 시청률 제고와 함께 방송시장 규모를 급팽창시켰다.

'슈퍼스타K'는 해외 시장 개척에도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엠넷미디어는 내년 중 이 프로그램을 약 10개국에 생중계할 계획이다. 중국 등에서 현지 제작하는 방안도 갖고 있다. 이는 지상파 드라마 위주의 한류 콘텐츠가 케이블채널 쇼 프로그램으로 확대된다는 의미다. 또 대중가요에 대한 관심을 높여 음악산업을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할 전망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매니지먼트 회사를 거치지 않고도 데뷔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결선 진출자 11명은 모두 앨범을 내고 가요계에 뛰어들 예정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회사가 5년 이상 공들여야 얻는 홍보 효과를 단숨에 거둔다"며 "기존의 가수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 비결은 '공정 경쟁'

대학생들은 최근 정부의 공정사회 관련 설문조사에서 '슈퍼스타K'를 가장 으뜸으로 꼽았다. 아버지 직업이나 출신 지역 등과 상관없이 노래 실력만 있으면 정당하게 평가받기 때문.배점 기준에 일반인의 투표 참여 비율이 70%에 달한다. 젊은이들이 평소 갈망했던 공정한 사회를 여기서 발견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진행 방식도 뛰어났다. 스타를 꿈꾸는 출연자들은 저마다 스토리를 갖고 있다. 제작진은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마치 휴먼 다큐멘터리처럼 소개했고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팬이 됐다. 응시자들의 모습을 담은 녹화 테이프만 60분 기준으로 1만개나 된다.

강승윤,장재인,존 박,허각 등 11명이 펼친 결선 레이스는 반전과 반전을 거듭했다. 붙을 것으로 예상했던 인물이 탈락하고 부진했던 출연자들이 뒷심을 발휘하는 등 그 자체로 멋진 드라마였다.

심사위원들도 인기몰이에 가세했다. 이하늘,백지영,옥주현 등 예심 심사위원들을 비롯해 윤종신,이승철,엄정화 등 결선 심사위원들은 저마다 출연자들에 대한 개성적인 멘트와 평가로 화제를 만들어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