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나이든 숙련 근로자 활용"…일부 금융사 "사무직엔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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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임금피크제 딜레마포스코가 직원 정년을 사실상 4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령화 시대'라는 사회적 화두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나온 해법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24시간 생산현장을 가동해야 하고 다수의 숙련 근로자가 필요한 고로(高爐) 업체로서의 산업적 특수성도 작용했다. 국내 기업들은 포스코의 '실험'이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비슷한 고민을 해왔기 때문이다.
"수명 느는데 정년 그대로 안돼" 정준양 회장 수차례 강조
제조업 노사 임·단협 쟁점 될 듯
◆세 번째 인사제 개편 실험포스코는 올초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대졸 신입사원 전원을 인턴십을 통해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정규직 연계 채용을 통해 인턴십 제도를 현실화하고 안정적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는 취지에서다. 7월부터는 포항 · 광양제철소 16개 공장의 근무형태를 현행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 근무제 도입으로 직원들에게 충분한 여가생활의 기회를 주고,회사는 잦은 교대근무에 따른 업무 손실을 줄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년 연장은 포스코의 세 번째 인사제도 실험이다. 직원들의 정년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키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임금 총액의 큰 변화 없이 좀 더 많은 직원들이 오랫동안 회사를 다닐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노령화 시대를 맞아 1만60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정년과 임금체계를 동시에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포스코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약 20년이다.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선 24시간 고로를 가동해야 하는 특성 탓에 관련 직무에 익숙한 다수의 직원이 필요한 이유도 있다. 공정마다 직원들의 적응 과정에 수반되는 비용이 다른 업종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포스코는 수년 동안 일부 정년 퇴직자들을 다시 '모셔 와' 생산현장에 배치해왔을 정도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강한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올초부터 사내 회의 때마다 "평균 수명이 점점 높아지는데 정년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며 "임금피크제,잡셰어링 등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 모두 향후엔 결국 '무정년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년 연장 · 임금피크제 확산될까
포스코 직원들은 28일부터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변경' 방안에 대한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다른 대기업들도 포스코의 찬반투표 결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가 그동안 정규직 연계형 인턴십 제도와 4조2교대 근무제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산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점을 고려할 때,투표 결과가 국내 기업들의 인력과 노무체계 운용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대기업 관계자는 "올 들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유한양행 등이 임금피크제 도입은 보류했지만,부분적인 정년 연장에 나선 상황"이라며 "향후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다른 대형 업체들의 노사 임 · 단협 과정에서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이 화두가 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포스코의 이번 실험이 논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년 연장 범위,임금피크의 시점,임금 감액 비율 등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지속적인 갈등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가 부작용에 시달려온 은행권과 한국전력이 올초 이 제도를 도입했다가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업종별로 사정이 달라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도 기업들의 딜레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나 일부 공기업들의 경우 사무직 직원들이 임금피크 시기 이후 한직으로 물러나면서 불만이 커졌던 게 사실"이라며 "제조업체의 경우엔 대부분 수십년간 일해 온 생산라인에서 계속 근무하기 때문에 은행 및 공기업들의 사례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