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싱가포르 거래소 통합, 총리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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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라드 총리 '빅딜 중개인' 자처호주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처한 호주증권거래소(ASX)와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 통합을 위해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가 '빅딜 중개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정치권에 "국익이 먼저" 경고
싱가포르 총리와 긴급회담
1일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길라드 총리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긴급 회담을 갖고 양국 증권거래소 통합 문제를 논의했다. 기업 통합 문제를 국가 간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다루는 것은 이례적이다. 양국 정상은 두 거래소 간 통합이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금융시장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길라드 총리는 "양사의 통합은 외국인 투자를 비약적으로 늘리는 등 호주 국가이익에 부합되는 만큼 이를 비판하거나 방해하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통합을 반대하는 정치권을 겨냥해 '정치공세보다는 국익이 먼저'라며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경고 대상에는 연립정부 파트너까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앞서 밥 브라운 녹색당 당수는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ASX가 싱가포르에 종속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수합병 반대의사를 밝혔다. 녹색당은 길라드 총리가 속한 집권여당인 노동당의 연정 파트너로,이 당의 협조는 노동당만으로 홀로 설 수 없는 길라드 총리의 정국 운영에 필수적이다. 길라드 총리는 반대여론을 이끌고 있는 야당연합(자유당,국민당) 의원을 차례로 접촉,초당적인 지지를 요청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무소속인 밥 캐터 의원도 합병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반대파도 세를 불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법인의 이사 숫자에서 싱가포르(11명)보다 호주(4명)가 훨씬 적다는 점도 반대논리에 힘을 더하는 상황이다.
호주 경제전문지인 파이낸셜리뷰는 "호주인들은 2001년 국내 2위 통신업체인 옵투스가 싱가포르 싱텔에 넘어간 이후로 외국인투자 혐오증이 생긴 것 같다"며 "이런 '공포증'부터 먼저 해소하는 것이 길라드 총리의 당면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