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걸러 멈춰서던 정유공장…SK 기술 전수 후 풀가동"

SK에너지가 운영 맡은 베트남 BSR 가보니

국내 정유사 첫 기술 '역수출'
베트남 소비 휘발유 30% 생산…SK '동남아 사업' 확대에 큰 힘

베트남 중부의 최대 휴양도시 다낭.이곳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꽝응아이에는 대규모 정유 · 화학 공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베트남 최초 정유 · 화학회사인 BSR의 생산설비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이곳의 공장 운영을 맡아 유지 · 보수(O&M)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처음엔 2~3일에 한 번씩 공장이 꺼지기도 했습니다. 1년여 기간 동안 본사 직원들이 열과 성을 다하고,수준 높은 베트남 인력들이 빠르게 기술을 습득하면서 이젠 가동률이 100%까지 올라왔습니다. " 지난 2일 꽝응아이 본사에서 만난 성학용 SK에너지 BSR 운영본부장의 말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40여년 만에 석유 · 화학기술 역수출

SK에너지가 BSR의 공장 운영을 맡은 것은 1960년대 미국의 걸프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던 국내 정유업계가 기술 역수출에 나선 첫 사례다. BSR과의 O&M 계약 규모는 2014년까지 정유부문에서만 9000만달러에 이른다.

SK에너지는 작년 10월 △석유생산 △생산기술 △생산관리 △설비관리 등 분야별로 경력 10년 이상의 숙련 직원 103명을 1차로 파견했다. 지난달 베트남 인력으로 시설을 가동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자 50여명이 귀국했지만,PP공정 전문인력들이 그 자리를 메워 전체 인력은 100여명을 유지하고 있다.

성 본부장은 "공장 운영뿐 아니라 급여체계,조직구성 등의 경영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다"며 "내년엔 첫 정기보수를 위해 협력업체 등에서 1000여명의 인력이 새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베트남 전략의 전초기지BSR은 산유국인 베트남이 경제 부흥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석유 · 화학 분야의 첨병이다. 베트남 정부는 BSR에 이어 하노이와 호찌민 인근에 제2,제3 석유화학공장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1960년대 한국의 대한석유공사(SK에너지의 전신)를 생각하면 된다"며 "베트남 최고의 인력들이 BSR에 입사한다"고 전했다.

하루 원유 14만800배럴을 생산하는 정제시설을 갖춘 이 곳에서 생산하는 휘발유는 베트남 전체 소비량의 30%에 달한다. 벙커C유 등 중질유를 질 좋은 기름으로 바꾸는 하루 7만배럴 규모의 중질유분해시설(FCC)은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다. 또 화학공장에선 한 해 15만t 규모의 합성수지를 생산하게 된다.

SK에너지의 베트남 진출 전략에서 BSR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성 본부장은 "O&M을 잘하는 것은 50%"라며 "나머지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주유소 등 향후 베트남 사업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공장 근처에 있는 빈하이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마련해주고,책상과 의자를 교체해주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BSR과의 파트너십은 견고하다. 부 반 이음 BSR 회장은 "SK에너지의 기술과 노력 덕분에 공장의 안정적인 가동이 가능해졌다"며 "베트남 석유 · 화학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이 아직 많지 않은 상황에서 SK의 이 같은 성과는 향후 다른 사업을 진행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꽝응아이(베트남)=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