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엔高는 되레 기회…외국 기업 사들여라" 촉구

올 M&A 규모 281억弗로 커져…해외투자기업 지원책 마련키로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이 자국 기업들에 엔화 강세를 해외 기업과 자산을 매입하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고 저지를 위해 시장개입에 나섰던 일본 정부의 태도가 (엔고 현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해석했다.

9일 WSJ에 따르면 노다 재무상은 8일 의회에서 "지속적인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만 엔고는 장점도 있다"며 "일본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과 자산을 사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 총리도 지난 주말 언론 인터뷰에서 "각종 해외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엔고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그만큼 외국 기업들을 싼 값에 매입할 수 있다. WSJ는 일본 정부 고위 관료들이 엔고의 장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월15일 엔고 저지를 위해 6년 만에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 2조1250억엔(약 262억달러)을 투입,달러를 사들였다. 당시 엔화 가치는 달러당 86엔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엔화는 9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0.8~80.9엔대에 거래됐다.

일본 자본의 해외 기업 사냥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올 들어 일본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 · 합병(M&A) 규모는 281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276억달러를 넘어섰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영국 대형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문을 40억파운드(64억5000만달러)에 매입키로 했다.

마루베니상사도 미국 멕시코만의 심해 원유 · 가스전 4곳을 영국 에너지회사 BP로부터 사들일 예정이다. 마루베니상사는 이달 초 칠레 3위의 물처리 기업인 아구아스 누에바스사를 400억엔(5억달러)에 인수했다. 내수시장에서 성장이 한계에 부딪친 대형 정보기술(IT) 업체와 소매 및 제약회사 등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 중이다. 지난달 마련한 5조1000억엔(63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에도 해외 투자 기업들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통상 개발도상국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에 돈을 대는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의 지원 대상에 민간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도 포함키로 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