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월요전망대] G20 외자규제 허용…韓銀, 금리 인상 가능성

"The dollar is our currency but your problem.(달러화는 우리 통화지만 당신 문제다. )"

1971년 8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달러화의 금태환 정지를 선언할 때 존 코널리 미국 재무장관이 유럽 재무장관들에게 한 말이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달러를 마구 찍어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자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에 따라 달러를 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코널리 장관은 달러화 가치의 하락에 따른 문제는 미국이 신경쓸 문제가 아니라며 유럽 국가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지난주 서울 G20정상회의 기간 중 이와 비슷한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중국 독일 브라질 등이 거세게 대드는 통에 2차 양적완화를 옹호하는 데 급급했다. 오히려 달러화 약세에 대한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신흥국의 외국자본 유입규제를 인정해 줄 수밖에 없었다.

'G20 서울선언'으로 한국은 자본유출입 규제책 시행에 탄력을 얻게 됐다. 이번 주엔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외국인 채권 투자 때 세금 부활'제도가 국회 차원에서 본격 논의된다. 외국인은 지난해 5월부터 채권 투자로 발생하는 이자소득 등에 대해 세금을 면제받고 있다. 정부 차원에선 단기 외채에 대해 부과금을 매기는 방안과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과도한 외국자본 유입에 대한 차단책 논의가 이처럼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지난달엔 9월 소비자물가가 크게 뛰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높았지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외국자본 유입 및 환율 급락(원화가치 급등)을 우려해 동결 결정을 내렸다. 금통위원들은 16일 금리결정 회의를 앞두고 지난달에 비해 기준금리 인상의 압박을 더 크게 받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9월의 3.6%에 비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4.1%는 한은이 설정한 중기 물가안정목표의 상단(4%)을 넘어선 것이다. 채권시장에선 만약 이번에도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다면 금통위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채권시장 참가자들 중 70% 이상이 이번에 금통위가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경제지표 중에선 17일 통계청이 내놓는 3분기 가계동향이 관심이다. 핵심인 가계소득이 2분기엔 25만원이 늘어 7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3분기에도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가계소득이 증가하겠지만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2분기에 비해 둔화된 만큼 가계소득 증가율도 2분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활동을 엿볼 수 있는 지표인 전력판매량은 10월 수치가 15일 나온다.

국회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내년 예산안 심의에 들어간다. 야당이 4대강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어 여당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한나라당 내에선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를 앞두고 소속 의원들 간 입장차가 존재한다. 적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경기회복세에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어 논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박준동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