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긴축ㆍ美 달러 방출ㆍEU 재정난…글로벌 경제 '3대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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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지는 정책 리스크
중국 출구전략 우려, G20 끝나자 주요증시 약세
美 경기부양 약발 의문, 3차 양적완화 필요할 수도
아일랜드 구제금융 신청 땐 스페인·이탈리아도 위태
G20 서울 정상회의가 막을 내린 직후 개장한 유럽과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대부분 하락했다. 환율 갈등이 줄어든 것은 호재지만 그동안 잠복해 있던 글로벌 경제의 3대 위협요인이 일제히 부각됐기 때문이다. 3대 위협요인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의 출구전략 시행으로 인한 경제 위축 가능성,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들의 재정위기,미국의 2차 양적완화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 등이다. 이 같은 위험 요인들은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끝나는 내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을 계속 흔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 긴축 등 신흥국 출구전략한국 시간으로 13일 새벽 폐장한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90.52포인트(0.8%) 떨어졌다. 유럽에서도 영국과 프랑스 주가가 각각 0.28%와 0.97% 하락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이날 3~5%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와 상품시장을 약세로 몰고 간 것은 중국의 금리 인상 우려다. 중국은 지난달 20일 정책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지난 11일엔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중국이 이처럼 통화 긴축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4% 뛰었다. 시장의 전반적인 예상 수준인 4%를 웃도는 것이며 중국 정부의 물가 억제 목표치인 3%를 크게 벗어났다.
중국의 물가 상승은 높은 경제 성장률과 막대한 무역흑자에 기인한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9.6%(전년 동기 대비)로 1분기와 2분기의 11.3%와 10.3%보다는 낮아졌지만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은행은 이 때문에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9.5%에서 10.0%로 높여 잡았다. 중국은 정책의 초점을 경기회복에서 물가안정으로 선회했다. 인민은행은 "잠재적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은 수준의 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가에 대한 걱정은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는 출구전략의 강도와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미국 양적완화 효과 회의세계 경제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은 중국 등 신흥국과는 정반대다. 물가상승률은 1%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까지 2%를 나타냈지만 6월 이후엔 1.1~1.2%로 낮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수준이 2%라는 점을 감안하면 디플레이션에 가깝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은 것은 경제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5.0%와 3.7%(각 전기 대비 연율)에 이르렀지만 올해 2분기와 3분기엔 1.7%와 2.0%로 주저앉았다.
FRB는 디플레 우려와 10%에 육박하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6000억달러를 투입(2차 양적완화)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2차 양적완화 첫날인 지난 12일 FRB는 72억달러어치의 국채를 사들였지만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되레 0.15%포인트 올랐다. 양적완화 규모가 작아 경기부양 및 디플레 완화에 도움이 될지 의문시된다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은행은 2차 양적완화 평가보고서에서 "시장의 관심은 2차 양적완화로도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부진할 경우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할 것인지로 옮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경기회복을 기대하기조차 힘들다는 분위기다. 소비자물가는 19개월 연속 하락했고 엔고 때문에 수출은 둔화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5조엔을 풀기로 했지만 일본 내에서조차 작다는 지적이 많다.
◆EU 일부 회원국의 재정위기
EU는 지지부진한 경기 회복세에다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라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 유로화를 쓰는 16개국은 3분기 성장률이 0.4%(전기 대비)로 2분기의 1.0%에 비해 뚝 떨어졌다. 유로존의 엔진인 독일의 성장률이 2분기 2.3%에서 3분기 0.7%로 낮아진 탓이다. 미국의 수요 부진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데다 내수와 투자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EU의 더 큰 문제는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의 재정위기다. 아일랜드는 국가부채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어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 처지다. 일각에선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에 구제금융을 실시한다면 장기적으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의 정책방향은
한국도 다른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높은 성장률,물가 불안,외국자본 유입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4%)를 넘어선 데다 지난달 수입물가 상승률도 8.1%에 달해 향후 소비자물가가 쉽게 안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원화강세를 예상한 외국자본의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정책당국은 물가에 대해선 금리 인상,외자에 대해선 규제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한국은 소규모 개방 경제로 세계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가인 만큼 외부 환경을 평가해 가며 점진적으로 출구전략을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