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현대건설 새 주인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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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들으신대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채권단의 이번 발표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앞으로의 일정을 취재기자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최진욱기자, 먼저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부터 살펴볼까요?
채권단은 가격요소와 비가격요소를 합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는데요. 비가격요소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앞섰지만 가중치가 큰 가격요소에서 현대그룹이 앞서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이 5조1천억원, 현대그룹이 5조5천억원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결국 4천억원이라는 가격차이가 현대건설 새 주인을 결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어제 서류접수가 끝난 이후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는 했지만 가격차이가 이 정도로 클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습니다.
결국 현대그룹의 올인전략이 막판에 먹혀들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양측의 최종가격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보다 가격차이가 많았다든가 적었다는 추정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가격은 시간이 흘러야 확인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양측이 반응도 궁금하군요.
현대차그룹은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명분 보다는 인수후보의 능력을 강조해왔던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결과였습니다.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였지만 채권단의 결정에 수긍한다는 입장이고 현대건설의 견실한 발전대 기대한다는 코멘트도 덧붙여졌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채권단과 현대그룹의 매각작업 진행과정을 눈여겨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사와 최종 가격협상, 대금납입 과정 등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현대그룹은 환호하는 분위기입니다. 재계 21위인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최종적으로 인수하면 14위로 그 순위가 껑충 뛰게 됩니다.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업계 1위 현대건설을 육성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내놨는데요.
현대그룹의 반응은 김의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문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수가격입니다. 진행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높은 인수가격이 자칫 부메랑이 될 경우 인수에 성공하고도 경영이 불안정해지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현대그룹 담당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진정호 현대그룹 상무)
"시장에 대한 우려는 듣고 있다. 곧 진정될 것으로 본다. 자금은 오랫동안 준비했다. 앞으로 주가도 이를 잘 반영할 것으로 본다."
현정은 회장도 "현대건설을 되찾은 만큼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세우고 옛 영광을 재건할 수 있도록 현대건설 임직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그룹의 경영권도 보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는 양측의 분위기와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현대차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강세를 보인 반면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은 주가가 일제히 하한가 근처까지 급락했습니다.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우선 채권단과 현대그룹은 MOU를 이달 중으로 체결할 예정입니다. MOU가 체결되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에 대한 정밀실사가 이뤄지구요. 약 3~4주간의 실사가 끝나면 채권단과 본계약 체결을 위한 마지막 가격협상이 이어집니다. 여기서 양측이 합의에 이를 경우 주식매매계약 체결과 대금납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채권단은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매각작업을 마칠 예정이라고 밝혀서 내년 봄이면 현대건설이 10여년만에 새 주인의 품에 안기게 됩니다.
앞으로 눈여겨 봐야할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현대차그룹은 일단 현대건설 인수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기존의 경영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입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동차와 제철, 금융 등 기존 사업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빛을 보았던 품질경영과 세계시장 점유율 상승,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가동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의 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친환경차를 비롯한 미래기술 확보에도 더욱 역량을 모을 것으로 점쳐집니다.
물론 10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감안하면 그룹의 시너지와 신성장동력으로 가능한 사업에서 새로운 M&A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대그룹은 우선 현대건설 인수작업에 신경을 쓸 것으로 보입니다. 성공적인 인수작업이 마무리 되면 그룹의 새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현대건설 인수의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단순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같은 일회성 이벤트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양측 계열사들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상황에 맞게 사업성과를 통해 평가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최진욱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최진욱기자 jw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