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주가는 미래의 가치를 반영한다

채권이나 주식은 소유한 사람이 언제든 판매할 수 있고 새 소유주는 해당 금융자산의 모든 권리를 그대로 승계한다. 거래소에서 매일 거래되는 증권은 대부분 이미 발행된 증권이다.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증권을 사고파는 까닭은 증권별 미래소득흐름의 현재가치에 대한 평가가 투자자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별 미래소득흐름에 대한 평가는 시장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이동통신기술의 국제 표준이 명확하지 않던 초기에 CDMA 기술을 개발한 회사의 현재가치는 크게 평가받지 못했다. 그러나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기술이 추가로 개발되고 여러 나라의 표준으로 채택되면서 그 가치 평가는 엄청나게 높아졌다. 반대로 테이프로 녹음 녹화하는 아날로그 기술에 전념한 전자사업체는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가치평가가 폭락하였다.

또 이자율이 내리면 모든 증권의 현재가치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반대로 올리면 낮아진다. 사람들은 수익성이 좋아진 기업의 주식은 사려할 것이고,부도 위험이 큰 기업의 채권은 팔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자율이 곧 내릴 것이라고 믿으면 증권을 사려고 하고 오를 것이라고 믿으면 팔려고 한다. 기업별 수익성과 이자율 동향에 대한 전망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보유 중인 증권을 서로 사고파는 것이다.

주식 가격은 해당 기업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자본금 100억원으로 출발한 기업이라도 사업성이 좋아지면 시장은 1000억원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총발행주식을 주식가격으로 곱한 기업의 가치를 시가총액(market capitalization)이라고 한다.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시장평가의 대상이 되는 모든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얻는다. 1980년 1월4일의 시장 시가총액을 100으로 놓고 환산한 매일의 시가총액이 그날의 KOSPI지수이다. 요즘의 KOSPI지수는 1900을 웃도는데,상장기업 전체의 시가총액이 30년 전보다 19배 이상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투자자들이 증권가치를 옳게 평가하도록 상장기업은 정기적으로 영업실적과 재무구조를 공개하고 기업경영 관련 중대사안을 공시해야 한다. 기업경영이 투명하면 주가는 기업가치를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 주가가 높은 기업이 새로 발행한 주식이나 회사채는 사람들이 믿고 사지만,주가가 낮은 기업은 추가 자본조달이 어렵다.

특정 기업의 경영상태가 좋은 척 꾸미는 허위정보를 유포하거나 작전세력을 동원해 대량 매입하는 척하면 해당 주가를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증권거래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리와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