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포장기계, 高價시장서 獨ㆍ日과 '맞짱'

230社 참여 국제포장기계展, 장기보존·위조 방지기술 선보여
흥아기연, 약품포장기 獨 수출…리팩, 파우치 기계 日 맹추격

"한국 업체의 기술력은 이제 독일과 일본의 90%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져 세계 시장을 호령할 준비가 됐습니다. "(김영순 한국포장기계협회 상근부회장)

포장기계는 식품 · 의약품의 안전기준 강화 추세에 맞춰 하이엔드(고부가가치) 부문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보존기간을 늘릴 수 있는 기술이 이슈로 등장했고,가짜 의약품이 활개를 치다 보니 위조 방지용 포장 기술의 중요성도 커졌다. 저가 포장용 기계를 중심으로 아시아시장에 집중했던 한국포장기계업체들이 하이엔드 시장에서 약진하며 유럽과 일본 시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지난 17~1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0 국제포장기계전시회'는 18개국 230개 업체,250여명의 해외 바이어들이 몰렸다. 김영순 부회장은 "당초 1만㎡,500여개 부스로 전시회를 기획했지만 참여신청이 밀려들면서 2만㎡, 1000여개 부스로 급하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흥아기연,세종파마텍,카운텍,리팩 등 국내 포장기계 대표 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최근 고속화 · 정밀화 · 다기능화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디에스플랜트는 용기 내 탄산음료 주입 기계로 최근 유럽 업체들의 텃밭인 아프리카를 공략하고 있다. 강석우 디에스플랜트 사장은 "유럽산 기계들과 비슷한 품질을 갖추면서 가격은 40%가량 저렴한 한국 제품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최근 수출 물꼬를 튼 코트디부아르를 시작으로 아프리카와 유럽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1969년 일본 기업의 기술을 도입해 이 분야에 진출했지만 지금은 거꾸로 일본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세종파마텍은 약재 가루로 알약을 만드는 타정기를,흥아기연은 알약을 낱개 단위로 포장하는 자동성형포장기를 각각 선보여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의약품 포장 분야는 그동안 독일 업체들의 독무대였는데 최근 들어 한국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흥아기연은 최근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독일시장에 상륙하는 데 성공했다. 흥아기연 관계자는 "이 분야 1위 업체인 독일 울만이 최근 40%까지 가격 할인을 하는 등 한국 업체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파우치(비닐이나 종이로 만든 봉지) 자동포장기 제조업체인 리팩은 최근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호황을 맞고 있다. 샴푸,세제 등 파우치 형태의 리필제품 사용이 늘어난 데다 보존성과 밀폐성이 개선되면서 참치,햄 등 캔 용기에 넣던 제품을 파우치에 넣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분야에선 도요지도키 등 일본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한국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 중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