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내가 바라본 막스 베버의 삶은…

막스 베버 | 마리안네 베버 지음 | 조기준 옮김 | 소이연 | 272쪽 | 1만5000원
1903년부터 논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을 쓰고 있던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는 이듬해 초여름 논문의 1부를 집필한 뒤 그해 8월 아내 마리안네와 함께 미국 여행을 떠났다. 뉴욕을 거쳐 거대도시 시카고에 들른 그는 당시의 풍경을 이렇게 기록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 근처에서 백주에 담배 상인 한 사람이 살해당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무렵 지하철 안에서 세 명의 흑인이 강도를 벌이는 등등,말하자면 기묘한 문화의 번영입니다. 여러 민족이 어울려 갖가지 행태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스인은 길거리 아무 데서나 양키의 구두를 5센트에 닦아주고 있으며 독일인은 양키의 급사 노릇을 하고…."《막스 베버》는 아내이자 조카인 마리안네가 베버의 삶과 사상,학문을 정리한 전기다. 그녀는 이 책에서 베버의 미국 여행이 이 논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베버가 미국 곳곳에서 근대 자본주의 정신의 기원이 살아남아 있는 흔적뿐만 아니라 그 정신 자체가 이상형적인 순수성을 갖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

베버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그녀는 이 전기에서 베버의 가계와 신앙부터 성장기와 학문활동,19세기 말 독일의 사회상과 베버의 정치활동에 이르기까지 격동기를 살아간 베버의 생애를 생생하게 되살려 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