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연내 처리 6일 판가름] 17년 걸린 농협개혁, MB정부 임기내 처리 '마지막 기회'

신용-경제부문 분리 … 1연합회·2지주회사 체제로
경제지주에 유통·판매 자회사, 금융부문엔 은행·보험 신설
자본금 조달·稅감면도 합의…연내처리 소극적 야당이 변수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과 신용(금융)사업을 분리해 각각 지주회사로 만들자는 것이 골자다. 농축산물 유통과 판매 등을 담당하는 경제부문과 은행 보험 등 신용부문은 업무의 성격이나 사업목적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정부는 작년 12월 농협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이후 농협중앙회와 협의 끝에 합의안을 도출한 만큼 국회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4대강사업 예산편성 문제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로비에 대한 검찰 조사 등으로 야당이 격앙돼 있어 회기내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회가 이번에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17년간 추진해온 농협개혁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물건너 갈 공산이 크다. ◆사업구조 개편이 핵심

국회에 계류 중인 농협법 개정안의 골자는 농협중앙회의 권리와 의무를 포괄 승계하는 일선 회원조합(단위 농협)의 대표 조직으로 '농협연합회'를 두고,그 산하에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각각 설립하는 것이다. 1연합회-2지주회사 방안은 지난 4월 국회 소위를 통과했다.

경제지주는 농협유통 등 기존 자회사를 편입하고 판매 · 유통 · 가공 등의 사업을 하는 자회사를 각각 만들 예정이다. 경제지주는 자회사 관리 · 조정,전략 수립,자원 배분 등 협동조합과 자회사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게 된다. 금융지주는 농협은행과 농협보험(생명 · 손해)을 분리 · 신설한 뒤 NH증권 등과 함께 자회사로 두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농협법에 따른 특수은행으로 일반은행 업무 외에 농업자금 대출 등 농업금융을 담당한다. 기존 농협중앙회의 공제부문에서 전환되는 농협보험에 대해서는 방카슈랑스 규제 5년 유예 등을 적용키로 했다.

◆정부 · 농협 합의로 처리 기대 높아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농협이 자체 개혁안을 건의하는 등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양측은 지난달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했다. 농협은 자체 분석을 통해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각각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14조5000억원이 필요하고,이 가운데 6조원을 정부가 전제조건 없는 출연 형태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협의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철회했고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필요한 자본금을 우선 농협이 자체 조달하되 모자라는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지원 규모와 대상 방식 등은 법 개정 이후 자산실사 등을 통해 추후 확정키로 했다. 사업 분리로 발생하는 세금은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감면해주기로 했다. 농협은 사업 분리시 8000억원,사업 분리 후 운영 과정에서 연간 4000억원의 세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새로 설립되는 농협보험에 대한 규제 완화는 정부안의 기본 틀을 따르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당초 정부 개정안에서 다소 모호했던 지원 조항 등이 명확해져 농협도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농협 개혁이 더 이상 미뤄질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4대강 등 정치 이슈가 변수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은 반드시 올해 안에 농협법 개정안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과 청목회 비리의혹 등 정치 이슈에 묻혀 6일 열리는 법안심사 소위에서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를 놓고 여야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농식품위 소위 위원장인 정해걸 한나라당 의원은 "가능한 한 올해를 넘기지 않으려고 하지만 야당은 일단 심의를 해보자는 소극적인 입장"이라며 "연내 처리 가능성은 현재로선 반반"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농민 경제활동에 직결되는 경제사업에 정부가 자본금을 얼마나 출자할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주당 간사인 김우남 의원은 "빨리 처리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정부가 자본금 지원 등의 해결 방안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처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일부 회원조합 등이 반대하고 있지만 농협법 개정은 농업인에게 실익을 가져다주는 대표적인 민생 법안인 만큼 정치적 이해를 넘어선 대승적인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욱진/김형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