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국의 대학등록금 인상 파문 무얼 뜻하나

영국이 연일 이어지는 대학생 시위로 소란하다. 2만여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이 런던 도심에서 밤새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찰스 왕세자 부부가 탄 승용차가 페인트 투척 세례를 받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회(하원)가 2012년 9월 새학기부터 적용되는 등록금 3배 인상안을 통과시켜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영국 의회의 결정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부풀어 오르면서 대학지원금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탓이다. 정부 지원금은 40%나 깎였고 등록금 상한선은 연 3290파운드(약 590만원)에서 9000파운드(약 1620만원)로 껑충 뛰었다. 현재 영국의 대학들이 재원의 29%를 등록금에, 35%를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금 감소에 따른 등록금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대학생들의 반발 또한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대출로 등록금을 조달할 경우 1인당 3만파운드(약 5400만원)의 빚을 지게 되고, 법에 따라 매년 소득의 9%를 의무상환해도 졸업 후 30년 동안이나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 빚의 늪에서 시달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연립정권의 기반이 흔들리는 등 이 문제는 정치권에까지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재정적자와 과도한 복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영국만이 아니다.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그리스를 비롯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연금개혁 문제 때문에 총파업사태까지 일어났던 프랑스 또한 따지고 보면 본질은 별로 다를 게 없다.

영국 등 유럽국들의 사태가 시사하는 바는 너무도 분명하다. 복지 확대 정책도 좋지만 국가 재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설 경우 언젠가는 큰 충격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한눈에 드러내준다. 그런 점에서 서로 경쟁하듯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약속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도 유럽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책 운용 전반을 재점검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