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경제전망 KDI만 합격점

2010 성장률 전망 오차 적어 … 한은ㆍ민간硏 성적 '기대 이하'
국내 경제연구기관들 가운데 올해 경제성장률에 가장 근접한 전망치를 내놓았던 곳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인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관련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5.5%를 지난해 12월 제시,실제 경제성장률(6% 초반)에 가장 가까운 수치를 내놓았다. 기획재정부가 5.0%,한국은행이 4.6%를 각각 제시했고 민간 경제연구소 중에서는 LG가 4.6%,현대 4.5%,삼성이 4.3%의 수치를 내놨다. 올해가 아직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최근까지의 경제활동을 토대로 했을 때 경제성장률은 6.0~6.2% 수준이 될 것으로 경제연구기관들은 보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KDI의 오차는 0.5~0.7%포인트에 그쳐 다른 기관에 비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 역시 '선방'했다는 진단이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의 경제회복 강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해 한 해 성장률이 정부의 전망치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아지긴 했지만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날 것임을 예상한 것은 '맞혔다'는 평이다.

한은이나 민간 연구소들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이 기관들은 '5% 이상'을 내다본 정부와 KDI에 대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 아니냐" "정책적 차원에서 낙관론을 견지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KDI와 한은 및 민간 연구소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설비투자 증가율 차이에서 비롯됐다. KDI는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17.1%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11.4%) 삼성경제연구소(8.2%) LG경제연구원(9.7%) 현대경제연구원(9.5%) 등에 비해 훨씬 높은 증가율을 예상한 것이다.

한은이 지난 10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KDI가 제시한 수준보다 더 높은 24.3%에 이를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KDI와 한은의 전망치가 차이난 것은 올해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라며 "KDI가 올해 강한 회복을 예상해 좀 더 높은 증가율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전망에 대해선 KDI와 한은의 입장이 바뀌었다. KDI의 성장률 전망치는 4.2%로 한은의 4.5%보다 낮다. 민간 연구소들은 삼성 3.8%,LG 4.0%,현대 4.3% 등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