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구제' 예보법 개정안 논란

은행·보험 돈으로 지원자금 마련
野 "저축銀 자구책 수립이 우선"
금융권 부실화에 대비해 만들어진 예금보험기금에 은행,보험,금융투자 등의 권역을 아우르는 공동계정 신설 허용 여부가 국회에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공동계정이 생기면 어느 분야에서 부실이 생기든 예보기금의 돈이 투입될 수 있다. 하지만 공동계정을 허용할 경우 현 상황에서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이 적립한 기금을 저축은행 부실화를 막는 데 동원할 가능성이 높아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금융권은 저축은행,금융투자,생명보험,손해보험,종합금융 등 권역별로 예금보험공사에 예보기금을 쌓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저축은행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대출 비중을 높이다가 갑작스런 부동산 시장 침체로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될 상황에 놓여 있다. 예보기금이란 예금업무를 취급하고 있는 금융회사로부터 일정 요율의 보험료를 납입받아 적립해 두었다가 경영부실 등으로 금융회사가 예금을 상환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따른 예금자의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권역에 상관없이 1인당 5000만원까지 보장된다.

이 의원은 "적자분이 많아지면 결국 국민혈세로 구성된 공적자금이 투입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권역별로 예보기금의 50%씩을 투입하는 공동계정을 만들면 자체적으로 저축은행 부실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안과 사실상 일치된 내용으로 내년 상반기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야당 측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저축은행이 영세상인과 중소기업 등을 상대로 하는 본연의 소매금융을 도외시하면서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는 PF 대출에 손을 댄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정무위의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저축은행의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공동계정부터 마련하자는 것은 땜질식 처방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박선숙 의원도 "저축은행의 모럴해저드를 허용해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통과 여부를 떠나서 국회에서 저축은행 부실에 대비한 방안 마련이 논의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한 국회 관계자는 "금융위 내부에서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내년 상반기에 8~9개의 저축은행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