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취등록세 2배"…강남권 고가주택 초단기 거래 등장

계약금 내고 5일내 잔금 치러
50% 감면 종료 임박에 서둘러

서울 청담동에서 고급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38)는 잠실동 잠실리센츠 109㎡를 계약한 지 3일 만에 잔금을 치르고 사들였다. 값은 9억8000만원이지만 전세(4억3000만원)를 끼고 구입해 실제 비용은 5억5000만원 들었다. 며칠 새 뭉칫돈을 마련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늦기 전에 제2 롯데월드 등의 영향으로 강세를 보이는 잠실 아파트를 사고,세금도 1900만원가량 줄이기 위해 서둘렀다.

24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계약금과 잔금을 거의 동시에 내는 '초단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취득 · 등록세 50% 감면 혜택이 이달 말 종료되는 것을 뒤늦게 파악한 수요자들이 집 장만을 서두르는 데 따른 것이다.

초단기 거래의 잔금 지급일은 매도자 요구에 따라 결정된다. 계약금 내고 3~5일 내에 잔금을 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계약금과 잔금을 동시에 지불하기도 한다.

이다혜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내년부터 고가주택 취득 · 등록세가 거래가의 4.6%로 높아져 10억원 아파트는 세금이 4600만원으로 1900만원가량 늘어난다"며 "이 때문에 거래 과정에서 집주인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초단기 거래 대상은 주로 전세를 낀 물건이다. 짧은 시일 내 계약과 잔금 청산이 이뤄져 현재 살고 있는 집주인이라면 당장 옮길 집을 구하기 힘들어서다.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매수자들도 전세 낀 물건을 선호하고 있다.

잠실동 에덴공인의 김치순 대표는 "초단기 거래에서는 전세입자가 있는 물건이 인기가 높다"며 "주인이 살고 있더라도 전세입자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거래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용인시 성복동 동천태양의 박찬식 대표는 "고가주택이 많은 성복동에서도 취득 · 등록세 감면종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초단기 거래 희망자가 늘고 있다"며 "전세 낀 주택은 바로 소화된다"고 말했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가등기 여부 등 권리관계를 파악할 시간이 적기 때문에 일반 거래 때보다 등기부등본을 더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며 "하자 발견 때 손해를 변상받도록 계약 때 특례조항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