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스마트폰에 푹 빠진 한 해…슈스케 허각의 우승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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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듀!~2010년
스마트 라이프 시대
출근길 뉴스 보고 맛집 체크…사원부터 CEO까지 트위터
나의 직장생활은 72점
"재테크 수익률 10% 이내" 43% … 새해 최대 소망은 직장 내 성공
김 과장이 스스로 매긴 올 성적표는 '보통'이다.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견디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승진을 못했지만 동기보다 크게 뒤처진 건 아니다. 재테크 수익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연말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위안을 삼을 만하다.
이런 김 과장에게도 올해 활력소가 된 것이 있다. 다름아닌 스마트폰과 허각이다. 스마트폰으로 김 과장은 '생활의 혁명'을 경험했다. 한 케이블TV에서 실시한 '슈퍼스타 K2'에서 우승한 허각씨는 삶의 동기를 일깨워줬다. 김 과장은 허씨를 통해 자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비록 남들이 읽는 '1Q84'나 '정의란 무엇인가'를 절반쯤 읽는 데 그쳤지만 그래도 새해는 기대해볼 만하다는 게 김 과장의 생각이다. ◆올해의 히트아이템은 스마트폰
시장조사업체 이지서베이가 직장인 6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이 꼽은 '올해 최고의 히트 아이템'은 '아이폰,갤럭시폰 등 스마트폰'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68.2%가 '스마트폰으로 생활이 바뀌는 걸 체감했다'고 답했다. '스마트폰 열풍'은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아침에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옷차림을 결정하는 걸 시작으로 출근길 버스,지하철 시간을 체크한다. 점심 때는 앱(애플리케이션)으로 회사 주변 맛집과 커피숍을 검색하고 내친김에 저녁 약속 자리까지 찾아내 예약하는 '센스'를 발휘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메신저 사용을 막아놓은 회사의 '만행'에 맞서 인기 앱 '카카오톡'으로 지인들과 실시간 대화를 나누는 등 회사생활의 '숨구멍'을 찾아내기도 했다. 히트 아이템 2위로는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11.5%)가 꼽혔다. 인기 스타들을 비롯해 재계 최고경영자(CEO)까지 트위터 열풍에 동참하면서 '맞팔'(서로를 팔로하는 행위)과 '언팔'(팔로 중단) 등의 용어가 익숙해졌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과 '소비자의 권리' 사이에서 이슈로 떠오른 롯데마트 통큰치킨과 이마트 피자를 히트 아이템으로 꼽은 사람도 7.7%였다. 허각,존 박,장재인 등 가수 지망생들을 스타로 끌어올린 케이블TV 프로그램 '슈퍼스타 K2'도 5.6%의 지지를 받았다.
◆올해의 인물은 김연아,허각
직장인들이 뽑은 '올해의 인물' 1위는 피겨스타 김연아 선수(38.2%)였다. 연초 동계올림픽 우승으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준 그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의 결별 등으로 국민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으나 올 한 해 변함없는 최고 인기 스타임을 입증했다. 그 뒤를 이은 올해의 인물은 '슈퍼스타 K2'의 최종 우승자 허각씨.한때 수리공으로 일하면서도 가수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그가 쟁쟁한 경쟁자인 존 박,장재인씨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대통령선거 투표는 하지 않았어도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ARS(자동응답시스템)에는 참여했다는 직장인들도 상당수였다. 북한의 차세대 권력자로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이 21.0%로 3위,'위키리크스 폭로'의 핵심 인물 줄리언 어산지가 9.5%로 4위를 차지했다.
올해 가장 인상깊었던 뉴스로는 '천안함 피격 및 연평도 포격'이 압도적 1위(56.9%)로 꼽혔다. 외국인들이 의아해 할 정도로 분단 상황에 대체로 의연한 자세를 견지했던 직장인들이 크게 동요할 만한 대사건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어서 △스마트폰과 SNS 열풍(9.7%) △김연아 동계올림픽 우승(7.6%) △배추값 등 물가 상승(7.4%) △이마트 피자,통큰치킨 논란(5.3%) △무상급식 등 복지 논란(4.7%) 등이 '올해의 뉴스'로 꼽혔다. 모 재벌가문의 맷값 폭행사건을 올해의 뉴스로 꼽은 직장인도 2.3%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직장인들은 '올해의 책'으로 △1Q84 (25.6%) △정의란 무엇인가 (16.1%) △삼성을 생각한다 (10.2%) 등을 추천했다. ◆올 직장생활 점수는 '미'
직장인들은 올 한 해 자신의 직장생활에 대해 평균 72.36점을 주었다. 전통적인 성적 기준으로 수우미양가 중 '미' 정도의 성적을 스스로 매긴 셈이다.
직장인 4명 중 1명은 올 한 해를 '별일 없이 살았다'(27.7%)고 평가했다. 18.9%는 '취업 · 승진 등 회사생활에서 큰 사건이 있었다'고 답했다. 16.6%는 '결혼,출산,경조사 등 가정사'에서 큰일이 있었다고 답했다.
'별일 없이 한 해를 살았다'고 자평해도 소소한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올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을 묻자 절반 가까이 재정 문제를 꼽았다. 26.3%는 '돈 문제가 있었다'고 답했고 15.5%는 '임금이 불충분했다'고 불평했다. 10명 중 4명(41.8%)이 돈 문제로 남모르게 속앓이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재정 문제를 제외한 스트레스 요인은 주로 회사 내에서 발생했다. 16.1%는 '과다한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15.3%는 '직장 내 동료,상사 및 선후배와의 갈등'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했다고 밝혔다.
올 한 해 직장인들의 재테크 성적표는 평범했다. 43.5%가 올 한 해 재테크 수익률을 '0~10% 사이'라고 답했다.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에 눈물지은 '개미' 직장인들은 25.3%로 푼푼이 모은 종잣돈까지 헐어내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10~30% 사이 수익률을 올렸다는 직장인은 23.9%였다.
◆새해 직장생활도 올해와 비슷할 것
다음 해 직장생활 전망에 대해 대다수(47.9%)는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자들은 20.3%였으며 '올해보다 힘들 것'(31.8%)이라는 비관론자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다. 신묘년 새해 최대 소망 역시 '성공적인 직장생활'이었다. 4명 중 1명(25.2%)이 '직장 내 성공'을 새해 소원으로 여겼다. 승진과 임금 인상이 김 과장 · 이 대리들의 '성공 척도'였다. '건강 관리'를 위해 담배를 끊고,술을 줄이고,운동을 시작하겠다는 직장인들은 20.5%였다. 연애,결혼,출산 등 가정생활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사람들도 19%로 상당수였다. 증시 활황을 맞아 재테크에 힘쓰겠다는 직장인들은 15.3%였다. 내년 경제 상황 전망은 다수(47.3%)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자가 35.0%로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사람(17.7%)보다 많았다.
이고운/이관우/이정호/김동윤/이상은/강유현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