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금속·식량 '트리플 강세'…국제 원자재發 인플레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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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물가 폭탄'새해 초부터 국제 원자재 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에너지 금속소재 식량 등 세 가지 주요 원자재군(群)이 동반상승하는 '트리플 강세'가 펼쳐질 조짐이다.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 확대를 통해 경기회복을 도모하던 국내 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 당장 정부의 물가관리 목표치 3%부터 위태롭게 됐다.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
원유·밀·구리 등 급등 출발
'G2' 경기·이상기후가 변수
◆국내 물가 도미노 급등 우려지난 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직전 거래일 보다 17센트(0.19%)오른 배럴당 91.55달러에 올해 첫 거래를 마감했다. 원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92.66달러까지 오르며 2008년 10월 이후 2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1.75달러 오른 94.84달러에 마감,100달러 돌파에 한발 더 다가섰다. 마크 트윈 BNP파리바 상품투자 전략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과 이상한파 등이 원유가격을 밀어올리는 주요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작년 12월 제조업지수가 5월 59.7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인 57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랠리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 밀값은 이날 부셸당 11센트(1.4%) 오른 8.07달러에 거래됐다. 2008년 8월 이후 29개 월만의 최고치다. 밀값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간 88%나 폭등했다. 팩트셋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 세계 3위 생산지인 러시아가 산불과 가뭄피해로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최근 생산량 4위인 호주까지 홍수 피해를 입으면서 공급이 부족해졌다"고 분석했다.
◆구리값 폭등 산업계에 빨간 불연초 나타난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 산업 생산활동의 증가라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문제는 수요-공급 균형이 깨져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 폭등하는 상황이다. 구리의 이상 급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33% 치솟았던 구리 가격은 올 들어서도 0.2% 오르며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매튜 제만 라살레선물 금속 트레이더는 "중국의 소비량이 워낙 많아 긴축이 진행된다 해도 구리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소비의 60%를 차지하는 금속원자재의 '블랙홀'로 꼽힌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은 올해 43만5000t의 구리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밀과 원당(설탕원료)등 주요 농산물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국제 유가까지 배럴당 100~130달러대로 수직 상승한다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살얼음판 같은 경기회복 분위기가 급랭할 수 있다(LG경제연구소)"는 전망도 나온다. ◆G2경기 회복여부가 물가 신호등
향후 국제 원자재 가격을 결정할 가장 큰 변수는 미국과 중국,'G2'의 경기동향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2조3000억달러를 시장에 푼 미국은 최근 "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고 천명, 경기회복 우선 방침과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했다. 주식시장이 폭등하거나 금리인상 등의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원자재 시장에 유입된 달러 뭉칫돈이 상당기간 묶일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투기자금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추가유입도 가능하다.
더욱 주목할 대상은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이다. 올해 경제성장 속도조절을 본격화하면서 경기가 급랭한다면 원자재 수요는 급락할 수 있고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 농산물 가격도 이상기후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 상승압력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라니냐'현상이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빌 패저트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상연구관은 "올해 라니냐는 최근 반세기 동안 가장 강력한 수준이 될 수 있다"며 "북반구는 올 여름까지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부근의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낮은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등 아시아는 물론 남미와 북미지역에 장마 가뭄 폭설 등 이상 기후가 발생한 원인이 라니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