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 '심상찮은 침묵' … 증시조정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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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하루 20만 계약 밑으로 … 외국인 매수차익잔액 1조 쌓여
변동성 줄어 투기거래 급감 … "대세상승 시그널" 분석도
새해 들어 선물시장이 '심상치 않은 침묵'을 보이고 있다. 과열 논란까지 빚는 현물시장과 달리 코스피200 선물 거래량은 지난해 연말부터 크게 줄고 있다. 거래량 감소에 대한 분석도 '상승장의 신호'라는 의견부터 지난해 '11 · 11 옵션쇼크'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때문이라는 설명까지 각양각색이다.
그 사이 연말 배당을 노린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은 1조2000억원 이상 쌓였다. 혹시 모를 단기 조정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선물시장 신호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초 감안해도 선물 위축은 과도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선물 거래량(야간시장 합산)은 올 들어(5일 기준) 일평균 19만7349계약으로 지난해 12월 26만8998계약에서 26.6% 급감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올 들어 27조원 수준으로 지난해(39조6000억원)보다 31.9% 줄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연말연초인 점을 감안해도 최근 선물시장 상황은 이례적"이라며 "지난해 1월 코스피200 선물 거래량이 35만계약으로 전달 대비 12.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단순한 계절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거래 급감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그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시 변동성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서 힌트를 찾는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을 이용해 큰 수익을 노리는 투기거래가 재미를 못 보고 있고 장중 위험을 회피하려는 헤지 수요도 줄었다"며 "이는 증시 대세 상승의 시그널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7년 하반기 증시가 고점을 경신할 당시에도 선물 거래는 일평균 20만~30만계약에서 10만계약 밑으로 급감했다.
◆단기 조정 경고 신호일 수도
한 증권사 파생영업담당 임원은 "11 · 11 옵션쇼크 이후 외국인이 차익거래에 신중해졌다"며 "지수가 급등하면서 1계약당 증거금이 1800만원 선으로 높아져 개인들의 거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선물시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한산한 시장을 '워닝 시그널(경고 신호)'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기습포격 때도 현물시장 대비 선물 거래량 비중이 급감했다"며 "조정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에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이 급락해야 수익을 얻는 외가격 풋옵션 가격이 아직 빠지지 않고 있다"며 "단기 조정 가능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분기 중 조정을 거친다면 그 계기는 오는 13일 옵션만기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해 첫 만기일은 배당 수익을 노리고 유입됐던 프로그램 매수세가 해소되면서 주로 순매도를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옵션 만기 이후 마이너스로 전환했던 순차익 잔액은 연말 배당시즌을 지나며 1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물량이 쏟아지면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환율 상승과 시장 베이시스 확대를 이용해 지난해 12월 이후에만 8000억원의 매수차익 잔액을 쌓아왔다"며 "이들의 청산 가능성은 항상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1975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물로 4.94포인트(0.25%) 내린 2077.61로 마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