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묘족은 고구려 후예"…김인희 전북대 연구원 주장

'1300년 디아스포라…' 출간
현재 중국의 56개 민족 가운데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먀오족(苗族)의 뿌리가 고구려 유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인희 전북대 쌀 · 삶 · 문명연구원 전임연구원(43)은 신간 《1300년 디아스포라,고구려 유민》(푸른역사 펴냄)에서 먀오족은 고구려가 멸망한 뒤 당나라에 의해 중국 대륙으로 강제 이주된 고구려 유민이 현지 민족과 융화 과정을 거쳐 형성된 민족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고구려가 나 · 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이듬해인 669년 당나라는 20만명의 고구려인을 중국 대륙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그 중 10만명 이상이 중국 남방으로 끌려가 현지 호적에 편입된 후 요역과 전쟁에 동원됐을 것이라고 김 연구원은 추정했다. 이들 고구려 유민은 중국 학자들의 주장처럼 모두 한족에 동화된 것이 아니라 한국사 최초의 디아스포라(흩어진 민족)가 됐으며 중국에 800만명,동남아와 미국 · 프랑스 등지에 200만명 등 총 1000만명이 전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이 먀오족의 뿌리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여름 광시성(廣西省)자치구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갔다가 먀오족 마을에서 고구려인의 흔적을 발견하면서부터다. 먀오족이 입은 바지가 고구려의 궁고였던 것.고구려인이 즐겨 입은 궁고라는 바지는 말을 타기 위해 삼각형 모양의 바대를 엉덩이에 덧대 엉덩이가 툭 튀어나온 게 특징이다.

이후 중국을 오가며 지난 10년 동안 먀오족과 고구려 유민의 관계를 연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고구려 유민이 먀오족의 뿌리임을 19개의 증거로 설명한다. 그 중 결정적인 것은 송나라 시기 문헌인 《노암학필기(老學庵筆記)》에 새롭게 등장하는 '가뤼'라는 민족 이름이다. 고구려의 말기 이름인 '고려'가 남방 민족 언어의 영향을 받아 '가뤼'로 변한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또다른 송나라 시기 문헌인 《계만총소(溪蠻叢笑)》에는 먀오족이라는 민족이 등장하는데 '가뤼'는 자칭이고,'먀오족'은 한족이 부르는 명칭이라고 했다. 당시 한족 문인들은 계속 반란을 일으키는 낯선 민족을 야만인이라는 뜻에서 먀오족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배우 린칭샤(林靑霞)가 주연한 영화 '동방불패'에서 먀오족 지도자인 동방불패가 일본 낭인까지 끌어들여 황제에 대항하려는 것은 이런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김 연구원은 이 밖에도 당나라 때 문헌인 《광이기(廣異記)》와 시 '기고희(寄故姬)'에 고구려와는 직접 교류가 없는 후난성(湖南省) · 후베이성(湖北省) 일대에 고려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점,먀오족이 남방 민족 가운데 유일하게 쌀 · 벼 등의 벼농사 용어를 사용하는 점,주몽 신화처럼 시조(始祖)의 난생(卵生)신화를 갖고 있는 점,한국인과 흡사한 체질인류학적 특성,형이 죽은 후 형수와 결혼하는 형사취수(兄死娶嫂)의 풍습 등을 먀오족이 고구려 유민의 후예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